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높아지면서 풍선효과를 누렸던 빌라(연립·다세대) 가격이 이달 들어 9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북 지역에서는 한두 달 새 3,000만원가량 매매가가 떨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빌라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서울의 연립·다세대 매매가 변동률은 -0.02%를 기록했다. 전달인 4월까지만 해도 변동률이 0.01%였지만 5월을 기점으로 하락장에 들어선 것이다. 서울 빌라의 매매가는 지난해 8월 0.01%의 변동률을 보이며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된 후 9개월 내리 올랐다. 지난해 7월부터 오름세를 탄 아파트 시장을 따라 동반 상승한 것이다. 특히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12월에는 0.36%까지 오르며 고점을 찍은 후 올해 들어서는 서서히 그 상승 폭을 줄여오다 4월 0.01%, 5월 -0.02%를 기록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보다 강북 지역 빌라 낙폭이 더 컸다. 낙폭이 가장 컸던 지역은 강북 지역의 도심권이다. 전달 대비 0.08%나 떨어졌고 동북권역은 -0.05%를 기록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실거래에도 반영됐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에서 같은 빌라, 같은 평형의 매물이 한 달 새 1,000만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거나 두 달 새 3,000만원 내린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포착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정비사업 기대감 감소로 빌라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가격 하락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서울 빌라 가격이 올랐던 것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아파트를 짓고 이를 분양했을 때 얻는 차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권을 갖는 투자수단으로서 인기가 있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에서 재개발·재건축을 규제하면서 빌라의 투자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새 서울 지역 내 빌라 공급이 많았다는 점도 가격 하락에 일조했다는 관측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을 보면 다세대·연립, 즉 빌라의 비중이 비교적 높다. 올해만 해도 그 비율이 43%에 달하고 가장 비중이 높았던 2015~2016년에는 50~60%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며 “뉴타운 해제지역을 중심으로 다세대·연립이 많이 지어졌는데 이 같은 과잉공급의 영향으로 빌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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