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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유려하게 굽이치는 계곡...바위 위엔 신선이 노니는듯

■'청정계곡의 천국' 거창

남덕유산 동쪽 자락의 월성계곡

시루떡 포개놓은 형상 '사선대'서

'거북바위'까지 수려한 경관 뽐내

이태 자전소설 '남부군' 무대인

금원산 '유안청폭포'도 가볼만

거창군이 조성해놓은 서출동류길. 성천을 따라 조성해놓은 길에 코코넛 매트가 깔려 보행이 편하다.




덕유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지역이라면 통상 무주군을 떠올린다. 하지만 거창군도 무주군 못지않게 덕유산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서쪽 장수군, 북쪽에 무주군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거창군의 산세와 계곡의 수려함은 덕유산 덕분에 어느 지자체에도 뒤지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임을 이번 여행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거창군 물길의 지존은 단연 월성계곡이다. 월성계곡은 남덕유산 동쪽 자락의 월성천을 따라 형성된 길이 5.5㎞의 계곡이다. 계곡 상류부터 사선대~서출동류길(서쪽에서 나와서 동쪽으로 흐르는 길)~분설담~수승대로 이어진다. 계곡 상류는 거창읍내·거열산성군립공원·수승대를 지나 북상면사무소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병곡리와 산수리로 들어가는 갈림길 삼거리에 이르는데 바로 이곳이 출발점이다.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까지 이렇다 할 비가 오지 않았다는데도 계곡의 수량은 풍부했다. 게다가 계곡은 넓은 바위 위를 타고 흘러 대체로 수심이 깊지 않은데다 주변 지형도 평탄한 곳이 많아 물놀이하기에 좋아 보였다.

기자의 거창계곡 탐방은 ‘서출동류길’에서 시작됐다. 거창군은 성천을 따라 서출동류 물길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놓았는데, 2.7㎞ 구간에 코코넛 매트를 깔아놓아 걷기에 편했다. 길이 이어지는 동안 줄곧 흐르는 성천을 바라보며 이동할 수 있는데 황점에서 용암점까지 형성된 12㎞의 계곡마다 물길이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이채롭다.

서출동류길의 끝에 도착해서는 차를 타고 사선대로 향했다.

월성계곡의 ‘월성’이라는 이름은 월성리 마을 남쪽 월봉산의 옛 이름인 월성산에 유래했다. 월성계곡 상류에는 시루떡을 포개놓은 모습의 사선대가 있다. 이곳은 신선이 바위 위에서 바둑을 뒀다는 전설이 전해져 사선대(四仙臺)라고 하는데 바위 앞을 가르고 흐르는 물이 맑고 투명하다.

수승대 중에서도 명물은 계곡 가운데에 있는 거북바위다. 하류 쪽에서 바라보면 거북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보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각각 다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거창의 아이콘은 수승대다. 수승대는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다. 이곳에서 사신을 보낼 때 근심스런 마음으로 보냈다는 뜻에서 수송대(愁送臺)라 불렸으나, 이후 조선 시대인 16세기 중반 이곳을 방문한 퇴계 이황이 아름다운 풍광에 걸맞은 이름을 붙여 수승대(搜勝臺)라고 불리게 됐다.

수승대 중에서도 명물은 계곡 가운데에 있는 거북바위다. 하류 쪽에서 바라보면 거북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보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각각 다르다. 시인 묵객들이 바위에 자신의 이름을 빼곡히 새겨놓아 이제는 빈틈이 없을 정도다. 수승대 경내에는 구연서원·사우·내삼문·관수루·전사청·요수정·함양제·유적비·암구대 등이 있고, 이들은 지역 유림과 거창신씨 종중에서 공동 관리하고 있다.

분설담(噴雪潭)은 여러 굽이를 돌아 흐르는 계곡물이 바위에 부딪히면서 물방울이 솟구쳐올라 눈이 날리는 것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월성계곡에서는 분설담도 빼놓을 수 없다. 도로변에 차를 대고 데크길을 따라 내려가 계곡암반에 도착하면 보이는 분설담은 여러 굽이를 돌아 흐르는 계곡물이 바위에 부딪히면서 물방울이 솟구쳐올라 눈이 날리는 것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분설담을 둘러싸고 있는 산세는 책을 포개놓은 듯한 형상이고 물결에 파인 너럭바위들은 물고기 비늘 같은 형상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잡아두기에 충분하다. 조선 후기 학자인 송준길이 금강산 분설담과 모양이 같다고 해서 새겨놓은 글씨가 있다.

금원산의 유안청폭포는 선비들이 맑은 공기와 폭포 소리를 들으며 공부하던 곳인데, 이태의 자전소설인 ‘남부군’의 무대로 더욱 회자되고 있다. 소설가 이태는 작품에서 “겨울을 난 남녀 빨치산 500명이 유안청폭포 일대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혼욕을 했다”며 “이곳에서 남부군 사령관 이헌상을 처음 보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유성호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영화 남부군을 촬영한 장소는 이곳이 아니라 포항 내연산이다. 유 해설사는 “당시 옷을 벗고 촬영한 대가로 엑스트라들에게 제법 비싼 일당을 줬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미 해가 떨어진 산중에서 떨어지는 폭포 소리에 그의 말소리가 젖어들고 있었다. /글·사진(청도)=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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