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제33주년 6·10민주항쟁을 기념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고(故)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 후 509호 조사실을 찾아 박 열사의 영정 앞에 헌화했다. 509호 조사실은 지난 1987년 서울대 언어학과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곳이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박 열사의 사망원인을 거짓 해명하며 6·10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 자리에는 박종철 열사의 형인 박종부 씨,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민갑룡 경찰청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동행했다. 민 경찰청장은 국가폭력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아 현직 경찰청장로서는 처음으로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남영역 기차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한때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리던 악명 높았던 곳”이라며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민들이 오가던 이곳에서 불법연행, 고문조작, 인권침해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민주화를 염원했다는 이유 하나로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공포와 치욕을 겪어야 했다”며 “김근태 민청련 의장은 전기고문을 비롯한 죽음을 넘나드는 고문을 당했다. 1987년 1월 14일, 이곳 509호 조사실에서 서울대 언어학과 스물두 살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에 숨졌다”고 돌이켰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죽음 같은 고통과 치욕적인 고문을 견뎌낸 민주인사들이 ‘독재와 폭력’의 공간을 ‘민주화 투쟁’의 공간으로 바꿔냈다”며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신부님들의 용기로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6·10민주항쟁은 남영동 국가폭력의 진실을 세상으로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민주인권기념관’이 조성되는 것에 대해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오늘 이곳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열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감회를 밝혔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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