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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회장 특명 8개월만에...AI 리스크관리 새 역사 쓰는 신한금융

매일 655만개 시나리오 분석

한달 내 시장폭락 위험 예측

'AI 시장경고' 주요계열사 도입

조용병 아이디어 8개월만 현실로





신한은행 리스크 관리 담당자 A씨는 아침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자마자 ‘시장 경고 시스템’을 작동한다. 첫 화면에는 오늘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시장 시나리오 3개가 떠 있다. ‘신한AI’가 전 세계 10개 시장의 변수와 비정형 데이터 341개를 토대로 조합한 655만여개 시나리오 가운데 리스크가 가장 큰 3개를 뽑아준 것이다. 오늘의 리스크 확률 1위는 ‘미국 장단기 금리차 확대’ ‘인도의 10년물 IRS금리 하락’ ‘싱가포르의 10년물 IRS금리 하락’ 세 가지 변수가 합쳐진 시나리오다. 과거 20년간 이 시나리오가 발생했을 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87%의 확률로 하락했다는 알림도 함께 떴다. 평소 인도 금리스와프(IRS) 시장까지 꼼꼼히 모니터링하지 못했던 A씨에게 이 정보는 천금이나 마찬가지다.

신한금융그룹이 이달부터 주요 계열사에 신한AI가 개발한 ‘시장 경고 시스템’을 도입한다. 신한AI는 지난해 9월 출범한 국내 금융권 최초의 인공지능(AI) 전문 자회사다. 자체 구축한 AI 기반 투자자문 플랫폼 ‘네오’로 올 초 투자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글로벌 시장 리스크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AI를 단순한 투자자문 도구가 아니라 독자적인 정보기술(IT) 서비스로 키워야 한다는 비전을 강조해온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이 시스템은 12일 신한금융 전 계열사 설명회를 통해 정식 데뷔할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신한지주와 신한은행·금융투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에 시범 적용해 보완점도 개선했다. 이후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이달 중 본격 도입되면 A씨처럼 현업 담당자 누구나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진다. 배진수 신한AI 대표는 “AI를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예측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일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수많은 변수로 복잡다기해지는 상황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신한AI 직원들과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신한금융




시스템의 핵심 기능은 크게 두 가지다. 한 달 내 시장이 폭락할 것으로 예측될 때 이를 미리 잡아내 경고해주는 게 첫 번째다. 과거 20년치 금융데이터 분석에 더해 신한AI가 직접 설계한 AI 모형을 예측에 활용한다. ‘폭락’의 개념은 과거 20년간 하락폭이 가장 컸던 상위 5% 구간을 기준으로 잡았다. 가령 한 달 뒤 코스피지수가 약 6.89% 떨어지거나 S&P500지수가 약 5.84%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면 이 시스템이 미리 경보를 보내준다. 폭락이 예상되면 미리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1년에 3~4번 발생하는 ‘폭락 경보’ 외 매일 시나리오별 리스크 예측도 해준다. 리스크 관리 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지표와 AI가 뽑아낸 시장 변수, 비정형 데이터까지 총 341개 변수를 3개씩 조합해 매일 전 세계 10개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655만개 시나리오를 모니터링한다. 신한AI 관계자는 “인간의 사고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변수의 조합까지 매일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한AI는 현재 10개인 분석 시장 범위를 연말까지 2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분석 변수도 끊임없이 바뀐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무제한 양적완화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본 적 없는 길을 가다 보니 이를 분석하는 AI 모델과 변수도 계속 바뀌어야 한다. 배 대표는 “과거에는 금리와 통화정책 간 상관관계가 높다고 보고 이를 분석에 활용했지만 이제 그 상관성이 희미해지고 있다”며 “미국 통화량처럼 금리의 향방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변수와 예측 모델을 또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스템은 “주먹구구식이 아닌 AI로 시장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보라”는 조 회장의 특명으로 탄생했다. 지난해 하반기 조 회장의 지시로 개발에 착수한 뒤 8개월여 만에 시스템이 완성됐다. 신한AI의 전신인 2016년 ‘보물섬 프로젝트’에서부터 쌓아온 AI 역량이 토대가 됐다. 신한AI 관계자는 “단순한 투자자문사가 아닌 AI 전문기업로서 정체성을 확립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김지영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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