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큰 대형사건 등을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하도록 만든 제도다. 삼성 측이 수사심의위 회부를 호소한 것도 검찰 수사에 무리수가 많다며 기소 타당성에 대한 객관적인 의견을 구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영장전담판사가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 역시 검찰의 무리수를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검찰과 삼성은 수사심의위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됐다. 법원은 최근 이 부회장의 ‘혐의’ 확인을 명시하지 않고 ‘사실관계는 소명됐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삼성 측은 혐의 자체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행위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은 이 부회장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한편 삼성이 경영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회의 조사 등을 통해 정상적인 경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위기에서 경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자가 될 수 있다. 대기업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외부 전문가들이 사회 분위기와 정치적 의도에 휩쓸리지 말고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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