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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금융]삼성생명은 왜 암환자들과 싸울까

법원 "요양병원 장기 입원, 직접 치료 아니다"

잇따른 패소에도 보암모 보험금 지급 요구

연일 이어지는 고성방가에 삼성생명,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

삼성생명(032830)은 도대체 왜 암 환자들에게 보험금을 주지 않는 거죠?”

보험 담당 기자로서 지인과 독자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최근 삼성생명이 삼성 서초사옥에서 9개월째 집회를 벌이고 있는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에 대해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낸데 이어 보암모가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삼성생명과 암 환자들의 갈등이 연일 언론에 보도됐고 독자들의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보암모의 주장을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다. ①다른 보험사에선 지급한 요양병원 입원 관련 보험금을, 금융감독원이 지급을 권고했는데도 삼성생명만 지급하지 않고 있다. ②약관법상 약관이 불명확하면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것이 원칙인데 삼성생명은 이를 어겼다. ③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삼성생명이 암보험 약관을 위조했다.

삼성생명은 실제로 줘야 할 보험금을 떼먹은 악덕 보험사일까. 양측의 주장을 들어봤다.



①다른 보험사는 줬는데 삼성생명만 안 준다?

지난 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정자 보암모 공동대표는 “항암 부작용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게 아니고 항암 (치료를) 하기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인데 삼성생명은 내부사정이라며 10원도 안 줬다”며 “반면 신한생명은 선행암 환자이고 잔존암이 남아 있는 상태에 요양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에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면서 (암입원보험금을) 100%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의 암보험금 지급 권고 수용률만 놓고 보면 보암모의 주장은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고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암 입원 보험금 분쟁 처리현황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전부 수용’ 비율은 62.8%에 그쳤다. 삼성생명은 296건 중 186건에 대해서만 암 입원비를 전부 지급했고 33.1%에 해당하는 98건은 일부 지급, 4.1%인 12건은 지급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다른 회사들은 수용률이 90% 이상이었다. 한화생명(088350)과 교보생명의 전부 수용 비율은 각각 90.9%, 95.5%에 달했고 AIA생명, 미래에셋생명(085620), 푸르덴셜생명, 오렌지라이프, ABL생명, 농협생명, 메트라이프, 흥국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들의 지급권고 수용률은 100%였다.

삼성생명의 수용률이 유독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삼성생명의 공식 답변은 금감원의 재검토 요청 건에 대해 심사 없는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약관과 판례에 따라 개별 청구건을 판단하고 심사기준대로 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개별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 지급하면 계약자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한 민원이 증가할 경우 지급기준 유지가 불가능해진다”며 “평판리스크를 고려해 심사기준에 맞지 않은 청구건까지 일괄지급할 경우 손해율 악화에 따른 암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삼성생명과 달리 타 보험사의 지급 권고 수용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앞에서 언급한 암 입원 보험금 분쟁 처리 현황을 다시 들여다 보면 대다수 보험사들은 금감원 분쟁조정 민원이 1건, 많게는 수 십 건에 불과하다. 매년 요양병원 입원비 관련 민원건이 300건에 가까운 삼성생명보다는 일괄 수용의 부담이 덜하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의 경우 300건 중 186건을 전부 수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보험사보다 더 많은 민원인들이 보험금 혜택을 받은 셈이다. 이와 관련 보험 업계 관계자는 “심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지급 권고로 결론 난 민원이 한 두 건 정도라면 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보험금을 내어주는 게 맞지만 수백건에 달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압도적인 1위사인 삼성생명으로선 추후 빗발칠 민원을 감안해서라도 지급권고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삼성생명은 암보험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는 등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난 달부터는 요양병원 암입원비 지급에 있어 입원 필요성에 대한 공신력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지급 기준을 완화했다”며 “필수불가결한 치료가 아니라도 항암 부작용이 심한 경우는 개별 심사를 통해 암 입원비 지급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2017년 금감원 분조위에서 지급 권고를 받은 A씨의 경우 일반적인 암환자 보다 후유증이 극심했던 점을 고려해 지급 결정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②삼성생명이 약관법을 위반했다?

보암모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은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암보험들은 약관이 명확하게 돼 있지 않았다”면서 “약관이 명확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라고 약관법에 돼 있지만 삼성생명과 같은 보험사들은 일방적으로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서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이 모호한 약관 내용을 회사 측에 유리하게 판단해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약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생명이 1990년대에 주로 판매한 ‘무배당 새생활암보험’과 ‘무배당 여성시대건강보험’의 약관을 보면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여 4일 이상 계속 입원’하는 경우 입원급여금을 지급하라고 적혀 있다. 현재 삼성생명이 주로 판매하는 암보험인 올인원 암보험 역시 약관에 ‘암으로 진단이 확정되고 그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4일 이상 계속하여 입원하였을 경우’를 지급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요양병원 입원비 관련 분쟁의 핵심은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을 ‘직접적 치료’로 볼 것인가‘에 있다. 삼성생명의 원칙은 ‘암의 직접 치료를 위한 입원’은 암 입원비 지급대상이 맞지만 암의 직접 치료와 관계 없는 시술이나 합병증, 후유증 치료는 암 치료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한 보암모 공동대표 이 씨는 최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는데 판결의 핵심적인 근거 역시 이 씨의 요양병원 치료가 암의 직접적인 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보암모는 삼성생명의 약관이 모호하므로 약관법에 따라 모호한 약관 내용을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삼성생명이 암 보험 상품을 개발하던 당시 보험료 책정의 근거가 된 사고율에는 이 씨의 사례와 같은 광범위한 의미의 입원비가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암 입원비를 무분별하게 지급하는 것은 사고발생에 대비해 공평하게 위험을 분담하는 보험의 중요 원리(대수의 법칙)에 위반한다고 판시했다. 불필요한 장기입원에 대한 보험금을 무분별하게 지급하는 것이 오히려 다른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약관법 위반이라는 얘기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금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이미 암진단과 수술, 그리고 암 직접치료와 관련된 암 입원비를 지급받고도 요양병원에 추가로 평균 360여일 이상 장기간 입원해 암입원비를 전부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법원에서도 부지급으로 판결한 건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는 데도 이들은 욕설과 고성으로 시위를 이어가며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③삼성생명은 암보험 약관을 위조했나

2년째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집회·시위를 벌이고 있는 보암모는 ‘삼성생명이 보험증권을 위조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암환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보험증권을 불법으로 변경했을까.

삼성생명 측 답변을 종합해보면 삼성생명은 과거 보험증권 상 ‘암의 치료’라고 적혀 있던 문구를 최근 발행한 보험증권에는 ‘암의 직접 치료’로 변경했다. 요양병원 입원비 분쟁이 장기화하자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약관에 맞춰 내용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교부되는 것으로 보험계약의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 교부되는 배서증권과 마찬가지로 계약을 입증하는 증거증권에 해당한다. 특히 모든 보험증권에는 ‘이 보험에 관한 상세한 사항은 해당 약관과 법령에 따른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모든 보험계약의 내용은 약관으로 정해지고 보험금을 지급할 때 활용하는 근거 역시 증권이 아닌 약관에 있다는 의미다.

법원 판결 등으로 ‘직접 치료’의 의미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보험증권 문구 변경은 첨예한 이슈라고 보기 어렵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증권의 문구가 약관과 동일하게 변경됐다고 해서 삼성생명이 보험증권을 위조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반박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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