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 3사(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의 대형 플래그십 세단 경쟁이 뜨겁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강세를 보이는 자동차 시장 흐름이지만 플래그십 세단은 각 자동차 회사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차급이다. 수익성이 좋을 뿐 아니라 각 사의 첨단기술과 안전기술이 집약돼 있다. 이 차급을 석권하면 그만큼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는다는 뜻이 된다. 벤츠가 고급 세단의 대명사 ‘S 클래스’를 앞세워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BMW 7시리즈가 추격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우디는 ‘안전벨트 리콜’로 인한 판매 중단을 끝내고 A8으로 도전장을 던질 태세다.
14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벤츠 S클래스 판매량은 533대로 지난해 5월 360대보다 48% 늘었다. 올해 1~5월 누적으로는 2,972대를 판매해 작년 같은 기간 2,243대보다 32.5% 늘었다. 벤츠의 1~5월 판매량 2만8,696대의 10%가 넘는 비중이다. BMW는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를 지난달에 264대 판매했다. 벤츠 S클래스의 절반 가량이다. 그러나 증가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같은 달 판매량 107대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6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986대로 작년 같은 기간 737대에서 33.8% 증가했다. ‘디젤 게이트’ 이후 작년 12월 재출시한 아우디의 플래그십 세단 A8은 지난달 89대 판매됐다. 아우디는 지난 1월 안전벨트 미착용 시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규정 위반’이 적발돼 2~4월 A8 판매를 중단했었다.
업계에선 품질도 품질이지만 중후한 이미지의 벤츠 브랜드 정체성이 고급 세단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는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무게감 있는 이미지라면 BMW는 3시리즈가 글로벌 주력 차종일 만큼 역동적인 스포츠 세단 이미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S클래스는 지난 2013년 풀체인지 모델의 한국 출시 때 디터 제체 당시 다임러 AG 이사회 의장(회장)이 직접 방한해 런칭 행사를 진행했을 정도로 각별한 모델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BMW에 판매량이 뒤지던 벤츠 브랜드가 역전한 계기를 S클래스의 풀체인지 모델 출시로 꼽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존심이 걸린 차급인 만큼 각 브랜드들은 대형 플래그십 세단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벤츠는 지난달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560 4MATIC 에디션’과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50 풀만’을 각각 출시했다. 가격이 각각 2억9,560만원과 9억3,560만원에 달한다.
아우디는 현재 한 가지 모델(A8 L 55 TFSI 콰트로)만 판매되는 A8 라인업을 다양화 할 계획이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다양한 A8 모델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BMW는 지난해 6월 출시한 7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 판매에 힘을 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7시리즈 판매를 끌어올리려는 회사 차원의 의지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급성장하던 수입차 시장은 최근 4~5년간 주춤했지만 대형 플래그십 세단은 예외”라며 “수익성이 좋은 만큼 각 브랜드들이 앞으로도 판매량 증대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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