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꽉 막혀 있던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의 숨통이 조금씩 트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홍콩 사태 등이 겹치자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우려도 제기됐지만 경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는 기대로 주요국 증시가 급등하자 최근 ELS 조기상환이 속속 진행되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요 주가 지수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조정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아 ELS 시장의 완전한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재까지 ELS(원화 기준)는 1조940억원 규모가 조기상환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역대급’으로 떨어졌던 전월(1,028억원) 대비 1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물론 1년 전(5조81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조기상환이 활발한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3개월 만에 다시 조 단위로 돌아서자 일각에서는 ELS 시장이 점차 회복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ELS는 상환 이후 재투자 비율이 높은 까닭에 조기상환은 전체 시장을 파악할 수 있는 잣대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ELS의 조기상환이 확정됐다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ELS는 주가지수 등이 특정 시기에 사전에 약속한 범위에 있을 때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가령 만기를 3년으로 정할 경우 6개월마다 중간평가를 진행하고 각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주는 식이다. 지수형 ELS의 경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 닛케이225지수, 홍콩H지수 중 3개를 연계하는 상품이 많은데 이들 지수는 코로나19의 여파로 3월 급락세를 보였고 이후 조기상환은 사실상 멈춰졌다. 하지만 최근 연저점 대비 30% 이상의 회복세를 보이자 중단됐던 ELS의 조기상환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ELS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많다. 실물 경기의 회복세는 더딘 반면 증시는 이와 동떨어져 가파르게 반등했기 때문에 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증시의 경우 월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재발 가능성 등을 이유로 하락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다만 조정장이 오더라도 3월과 같은 급락세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는 올 하반기 코로나19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주식시장이 3월과 같은 패닉장세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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