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특판을 기다리는 것도 지쳐요. 매번 놓치다가 지금 가장 높게 금리를 쳐주는 데가 전주라길래 가입했어요.”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새마을금고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주 지점에서 판매하는 1년 만기 예금에 가입했다. 기본 연 금리는 2.2%였다. 집 근처 시중은행에서는 온갖 조건을 다 충족해도 1%가 겨우 넘었다. A씨가 가입한 2.2%는 ‘금리 노마드족’ 사이에서 높은 수준도 아니었다. 이달 초 서울 청파 지점에서 2.66%, 이태원 지점에서 2.3%의 예금 상품이 판매되자마자 빠르게 마감됐다.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제주 지점의 예금 상품까지 가입했다는 후기도 있다”며 “예금 이자로 돈을 모으는 사람들은 요즘 0.1%라도 더 주는 곳을 찾아다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줄줄이 떨어지는 가운데 새마을금고·신협으로 금리 노마드족이 몰리고 있다. 최근 모바일 앱으로 손쉽게 조합원 가입 및 예금 통장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전주·제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예금이 이동하는 추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신협의 지난 5월 말 수신 잔액은 271조6,967억원이다. 새마을금고가 176조3,137억원. 신협이 95조3,830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말만 해도 두 기관의 수신 잔액은 266조3,077억원이었다. 5개월 만에 5조원 이상 급증한 것이다.
투자처로 정기예금만을 고집하는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이용자들에게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마지막 보루’인 데 따른 결과다. 앞서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빅컷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달 0.5%로 인하하면서 시중은행에서 2%대 예금은 실종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1년 만기 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BNK부산은행으로 금리가 1.6%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의 ‘신한S드림 정기예금’은 각종 조건을 다 충족해도 0.6%에 그친다. 전체 51개 상품 중 절반이 넘는 31개 상품의 금리가 0%대다.
그나마 높은 금리를 제공했던 저축은행마저 대형사를 중심으로 금리 조정에 들어갔다. SBI저축은행이 SBI스페셜정기예금의 금리를 1.8%에서 1.65%로, 웰컴저축은행도 다음달 1일부터 ‘웰컴직장인사랑보통예금’의 최고 금리를 연 2.5%에서 연 2.0%로 내린다.
이에 투자처를 잃은 고객들이 신협·새마을금고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주 서울 노원에 위치한 한 신협에서는 연 2.5% 금리를 지급하는 예금 상품을 판매해 화제가 됐다. 특별한 조건 없이 1,000만원 이상만 예치하면 2% 이상 금리를 제공하면서 사람들이 몰렸다. 해당 지점은 영업시간보다 한 시간 앞당겨 대기 번호표를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협·새마을금고는 은행과 달리 거주지, 회사 근무지 등이 아닌 지역의 영업점에서 예·적금을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그런 불리함에도 금리가 다른 은행권에 비해 높다 보니 지역에 상관없이 고객들이 찾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지영·이지윤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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