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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통일·외교·안보
[국정농담] "서울 불바다" 4대 北군사행동, 주말이 위태롭다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北, 금강산·개성공단·GP 재주둔 및 대남전단 예고

26년만에 '서울 불바다'까지 거론하며 안보 위협

"설마" 했던 예상, 연락소 폭파 등에 계속 빗나가

삐라 등 핑계로 이르면 금주말 본격 행동 가능성

김정은.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건물을 전격적으로 폭파한 직후 ‘4대 군사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다수 정부 기관들이 쉬고 탈북자 단체가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한 이번 주말부터 군사 행동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어차피 북한의 최종적 목표는 ‘남한과의 교류’가 아니라 대선 전 미국 대통령과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 경제난 타개를 위한 협상판을 만드는 것인 만큼 행동에 주저함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김여정 등 최고지도부가 모든 주민 앞에서 다음 단계 행동을 호언장담한 점도 이변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혔다.

김여정. /연합뉴스


“서울 불바다”까지 거론한 北군부, 4대 군사행동 제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완파한 지 하루만인 지난 17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우리 군대는 당과 정부가 취하는 모든 대내외적 조치들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담보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현재 구체적인 군사행동 계획들이 검토되고 있는데 보다 명백한 입장을 밝힌다”며 네 가지 구체적인 도발 행위를 제시했다. 대북전단을 핑계로 대놓고 9·19 남북군사합의를 깨겠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들과 화력구분대 배치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했던 GP(감시초소) 재주둔 △서남해 전선을 비롯한 전 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 증강 및 전선경계근무급수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 접경지역 각종 군사훈련 재개 △전 전선에 대남 삐라 살포 등을 들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그러면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이와 같은 대적군사행동계획들을 보다 세부화하여 빠른 시일내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에 제기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게다가 잊혀졌던 ’서울 불바다’ 사건까지 다시 끄집어냈다. 통신은 같은 날 ‘파렴치의 극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하여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서울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개성공업지구에서 울린 붕괴의 폭음이 북남관계의 총파산을 예고하는 전주곡으로 될수도 있다는것을 명심하고 입부리를 함부로 놀리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울 불바다’는 지난 1994년 제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북한 측 박영수 대표가 했던 발언이다. 당시 이 발언으로 남한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는 등 안보 불안이 극대화됐다. 이 사건 이후 우리 정부는 1995년 발간한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처음 명기한 바 있다.

폭파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합뉴스


“설마” 했지만... 번번이 깨진 남한의 ‘헛된 희망’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 세 차례 정상회담을 기억하며 아직도 “설마” 하고 마음 놓는 일부 국민들의 생각과 달리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 군부의 이번 경고가 곧장 현실화 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여정이 이미 북한 주민들도 모두 보는 노동신문 등을 통해 자기 이름을 걸고 군사 도발 의지를 수 차례 다졌기 때문이다. 남측을 향해 매일 같이 악다구니를 썼는데 이제 와서 물러설 명분도 없거니와 사실상 북미 간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이를 막을 카드도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3일 김여정의 첫 담화문을 비롯해 기존 남한·미국에 대한 북한의 비난 성명은 대체로 주민들이 보지 않는 대외선전매체나 통신사를 통해서만 다뤄졌다. 하지만 이달 4일부터 김여정 담화를 시작으로 남측을 향해 쏟아지는 각종 비방은 이례적으로 대부분 노동신문에도 그대로 실려 주민들에게 곧바로 전달됐다.

실제로 김여정은 지난 13일 담화를 통해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 해댈수 있으니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하겠다”며 자신의 공언을 반신반의하는 남측 여론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고작 사흘 뒤에 사무소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물리적 폭파는 힘들 것” “철거 퍼포먼스만 할 것”이라던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과 여러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후 북한이 18일부터 19일까지 청와대 반응에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자 일각에서는 또 다시 ‘헛된 희망’을 품었다. 한국과 미국의 반응을 살피느라 북한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랐다. 그러나 북한은 19일 또 다시 청와대를 공격하며 이 같은 분석을 비웃었다.

통신은 “우리의 ‘첫 단계 조치에 불과한 물리적 행동’에 남조선 당국이 분별을 잃었다”며 “북남관계를 파국의 종착점에 몰아넣은 주범들이 절간의 돌부처도 웃길 추태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북측의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감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는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발언을 비꼰 것이다.

게다가 북한 군부는 4대 군사행동에 대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의 비준을 받겠다”고 모든 주민 앞에 공표했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의 위원장이자 최고 결정권자는 다름 아닌, 북한의 ‘최고존엄’, 김정은이다.

지난달 31일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인민군, 이번 주말 본격 행동 가능성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북한 군부의 첫 움직임 시점은 이르면 이번 주말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김여정의 경고 이후 3일 만에 폭파됐는데,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 이후 3~4일째 되는 날이 바로 이번 주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날짜 때문만은 아니다. 관공서, 기업 등에 주 5일 근무가 자리 잡은 우리나라와 달리 아직 주 6일 근무를 따르는 북한 입장에선 평일보다는 우리 정부 대응이 뒤처질 수밖에 없는 주말에 도발을 하면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북한은 지난주에도 금요일인 12일 밤부터 토요일인 13일 밤까지 24시간 동안 무려 3차례나 쉬지 않고 담화를 내며 한국을 피곤하게 했다. 당시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은 자신의 첫 개인 명의 담화로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고 압박했고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위협했다. 마지막으로 김여정은 “다음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군사합의 파기 의지를 확실히 했다.

더욱이 21일은 탈북자 단체인 ‘큰샘’이 강화군 석모도 해안가 일대에서 북한에 쌀 페트병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한 날이다. 경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 행사를 어차피 하려고 했던 군사 행동의 좋은 빌미로 삼을 수 있다. 또 다른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오는 25일께 북한에 전단 100만장을 날려 보내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우리 군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으로 북한 군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이 밝힌 4개 행동과 관련해 아직 직접적인 활동은 관측된 바 없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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