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와 용산, 노량진의 배후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는 유명 가전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가두점)이 도보권 내에 한 데 모여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대유 위니아, 그리고 전문 유통채널인 롯데하이마트까지 총출동한 모습은 이례적이다.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매장간 거리가 먼 외곽지역에서도 동일한 모습이 관찰된다. 경기도 남양주시 오납읍에는 삼성 디지털프라자와 LG베스트샵, 롯데하이마트가 도로를 옆에 두고 한 줄로 나란히 서 있다. 가전 쇼핑을 위한 상권, 즉 ‘가세권’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처럼 내로라 하는 국내 가전업체들이 소비자의 비교 본능을 자극하는 출점 전략에 열심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위축됐던 가전 소비가 소비활성화 정책 등으로 꿈틀대기 시작하자, 경쟁매장 바로 옆에 깃발을 꽂고 전쟁을 선포한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진지 구축이라는 분석도 잇따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위니아딤채(071460)는 이달 초 경쟁 브랜드가 이미 터 잡은 상도동에 가두점 위니아딤채 스테이를 새로 열고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직선거리로 100m도 채 안되는 곳에 삼성·LG·롯데의 가전 매장이 있는 격전지다. 틈새시장을 염두에 뒀을 위니아딤채는 앞서 이수역 인근에 자리 잡은 위니아딤채 스테이 매장이 길 건너 LG전자와 경쟁하며 덩치를 크게 키운 성공사례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반적인 유통채널은 유동인구 규모만 따지겠지만 이사·혼수와 맞물려 매출이 일어나는 가전을 판매할 때는 ‘입주’ 관련 배후수요가 중요하다”며 “실제로 상도동과 진접 신도시 모두 대규모 신축 단지가 입주를 시작했거나 입주가 예정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가전기업인 삼성과 LG도 서로 찰떡처럼 붙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양사는 지난해 여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서 대대적인 리뉴얼과 오픈행사를 통해 맞붙었고 올해는 무대를 경기 수원의 갤러리아 백화점 광교점으로 옮겨왔다. 현재 이들의 전투는 신규 가두점이 터 잡은 세종시 대평동과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목적이 뚜렷하다. 여러 브랜드가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을 선호한다”며 “그 결과 배후수요가 있는 곳에 자연스럽게 가전매장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로 붙어있는 만큼 브랜드 차별화 전략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양사 가전 매장은 초대형 현수막과 사은품 증정에 머물지 않고, 고소득층을 겨냥한 넓은 매장과 체험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부터 PC,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제품을 전시하는 것 외에도 쿠킹스튜디오와 스마트아카데미 등의 공간을 통해 내방 고객의 체험에 초점을 맞춘 메가스토어, 최적의 구매를 위해 프라이빗 상담실을 만든 프리미엄 스토어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에 질세라 LG전자도 초프리미엄 가전을 선보이는 LG시그니처 전용관, 차별화된 디자인과 성능을 내세운 LG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제품을 소개하는 서울 논현 쇼룸 등을 중심으로 고객 체험형 매장을 늘려가는 추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규 직영 매장을 오픈할 때 인근 지역서 운영하던 휴대폰 서비스센터도 같은 건물 2층으로 이전해 합치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 제품을 한 자리에서 보고 또 직접 체험하는 매장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