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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DMZ 확성기 재등장···다시 시작된 남북간 심리전

北, DMZ 일대서 확성기 10여곳 재설치 완료

남측도 대응책 고심…대북 확성기 재설치 할 듯

22일 북한의 대표적인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 시설이 경기도 파주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인근에 설치돼 있다. /파주=연합뉴스




대남 전단(삐라) 살포를 예고한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재설치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남북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은 지난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확성기를 철거하고 삐라 살포를 중단했다. 북한이 대남 삐라 살포와 대남 확성기를 다시 설치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판문점선언 폐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21일 오후부터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재설치하고 있다. 우리 군은 22일 오후 북측이 이미 10여곳에 확성기 시설 재설치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이 삐라 살포 예고에 이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려는 것은 남측에 계속해서 심리적인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담화에서 삐라 살포 등을 언급하며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이제부터)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삐라를 살포하고 확성기 작동 움직임을 보이자 대응 수단을 고심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군은 아직 입장 표명은 없지만 DMZ내 철거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복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19일 오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해안 초소에서 북한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DMZ에서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먼저 시작했다. 북한은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고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남측 군인들의 월북 등을 유도하기 위해 1962년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이에 남측도 1963년부터 서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맞물 대북 확성기 방송을 했다.

과거 북한군은 전력 사정이 나쁘지 않아 출력을 높여 DMZ 이남 지역에서 또렷이 대남 방송이 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전력 사정이 안 좋아 지면서 방송이 끊기기 일쑤였고, 출력도 낮아 남측 지역에서 방송이 잘 들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



반면 남측 확성기 시설은 출력이 높아 최전방 북한군에 심리적 위협이 됐고, 북한은 남북 군사회담 때마다 확성기 철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 접경지역의 북한 주민과 최전방부대 북한 군인들에게 중요한 정보 전달 채널의 수단이었다”며 “특히 북한 및 서방세계와 관련한 뉴스와 날씨 정보, 가요 방송 등은 북한에 위협적인 심리전 콘텐츠로 평가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남측에서 북한군을 향해 “인민군 여러분, 내일은 빨래하지 마세요”, “오늘 오후에 비가 올 것 같으니 빨래 걷으세요”라고 하면 실제로 북한군이 이런 예보에 맞춰 행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2004년 평안북도 용천역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사고 당시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이 뉴스를 북쪽으로 전달했다. 당시 최전방에 근무 중이었던 북한군들이 집에 안부 편지를 쓰면서 이 사고 소식을 편지에 담았고, 나중에 부대 검열에서 걸려 문제가 됐다고 전해진다.

남북은 2004년 6월 4일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서해 우발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일대 선전활동 중지’에 대해 합의한 이후 최전방의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MDL 일대에서 철거한 확성기 방송시설을 재구축했으며, 2015년 북한의 DMZ 지뢰 도발로 재개했다가 같은 해 중단했다. 이후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개시했다.

2018년 판문점선언으로 확성기 방송이 중지됐지만 조만간 다시 남북간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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