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위원장의 사퇴로 가뜩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 수립을 위한 정부 공론화 작업에 진통이 예상된다. 정 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탈핵 시민사회계의 참여와 소통을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지만 산업부에 대한 불신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시민사회계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어려워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장을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론화의 기본원칙인 숙의성·대표성·공정성·수용성 등을 담보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더는 위원장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1년 동안 많은 시간과 예산만 허비한 채 결론도 내지 못하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 위원장은 사용후핵연료의 중장기적 관리방안에 대한 공론화 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 위원장은 “전국 의견수렴을 위한 시민참여단의 1차 종합토론회가 지난 6월19~21일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지 못해 다음달로 연기하게 됐고 1차 토론회도 탈핵 시민사회계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균형 잡힌 토론회가 어렵게 됐다”면서 “박근혜 정부에 이어 또다시 반쪽 공론화로 ‘재검토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경주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주관하는 지역실행기구도 위원 구성의 대표성과 공정성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정 위원장은 지적했다.
원전 소재지인 경주시 양남면 주민설명회는 찬반주민 간 격렬한 대립으로 세 차례나 무산됐고 시민참여단 모집도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사회적 협의 형성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원전 운영국가 모두가 직면한 난제”라면서도 “산업부는 포화가 임박한 월성원전 맥스터 확충에만 급급하다는 탈핵 진영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고 보다 적극적이고 진솔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얻지 못한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재공론화가 성공하려면 △탈핵 시민사회계를 포함하는 쪽으로 위원회를 재구성하고 △원전 산업정책의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산하기구에서 이를 추진해야 중립성과 공정을 담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탈핵 시민사회계는 국민의 안전과 미래 세대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재공론화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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