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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옥인데 원장은 증거인멸"…안산 '햄버거병 의심' 유치원생 가족의 분노

피해 원아의 가족이 올린 투석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경기 안산시의 한 사립 유치원에서 100여명의 원생에게 집단 식중독이 발병한 가운데 해당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큰 좌절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26일 안산시 상록보건소에 따르면 해당 유치원 원아 200여명 가운데 100여명에게 식중독 증상이 발생했으며, 원생 42명과 교사 1명에게서 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가운데 14명은 신장 기능의 영구적 손상까지 우려되는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증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유치원은 18일부터 30일까지 폐쇄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특히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추정되는 원아 중 신장 기능이 나빠져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한 피해자 아이의 가족 A씨는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말 그대로 피 말리는 지옥과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며 “이런 고통을 더 이상 그 누구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지 보름이 지나도록, 유치원에서는 부모님들께 정확한 원인도 안내하지 못하고 그저 역학조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라며 “더욱 경악할 내용은 역학 조사를 위해 일정기관 보관해야 하는 음식 재료도 이미 폐기해 과태료 50만원 처분 받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해당 유치원은 2018년에도 교육청 감사에서 원비를 교육과 무관하게 개인비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 돼 시정명령을 받은 이력이 있다.

경기 안산시 소재 A 유치원에서 지난 16일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식중독 증상 어린이가 지난 22일 기준 99명까지 늘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A씨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유치원의 책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 모두 3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역학조사를 위해 반드시 보관해야 하는 음식 재료들을 (유치원에서) 왜 서둘러 폐기처분 했는가. 사고의 인과관계를 밝혀줄 핵심 자료가 없어졌다”며 “증거 인멸과 다를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또 “아이의 상태가 심각해 아이 엄마가 유치원에 즉시 이상증세 통보 및 유치원 등원 중지, 그리고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내용 통보를 요청했는데 왜 묵살하고 아이들 등원을 며칠씩이나 계속 받았느냐”며 “가족간 전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였는데, 현재 환자 중에는 형이나 누나, 오빠나 동생으로부터 가족 간 전염돼 입원 중인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마지막으로 A씨는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고 한 원장이 왜 지금까지 그저 죄송하다는 전화, 문자 발송 외에는 사고의 원인 및 후속 조치에 대해 그 어떤 구체적 연락도 없느냐”며 “원장이 관계 당국에 보고를 하면 뭐하는가? 아이들의 상태를 안산시청과 관계 당국이 직접 확인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투석의 받고 있는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는 “신장이 망가져 오줌 배출이 안돼 혈뇨와 혈변이 계속 나온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의 어린이집, 유치원에 등원해 아무것도 모르고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그저 선생님이 주신 밥을 맛있게 먹게 될, 혹은 지금도 먹고 있을 우리 아이들이 있다. 정말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같은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A씨와 비슷한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안산에 사는 5살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 B씨는 “아이가 복통을 호소해 병원에서 진단을 해보니 장출혈성 대장증후군이라는 병명이 나왔다”며 “주변에서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원생들이 차츰 늘기 시작해 아이들은 혈변을 보기 시작했고 변에서는 알 수 없는 끈적한 점액질도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치원은 아파트 앞에서 주마다 열리는 장날 음식을 의심하더라”며“ 이 유치원은 2018년도에도 식사 등 교육목적 외 사용으로 총 8,400만원, 2억900여만원을 교육과 무관한 개인경비로 사용한 이력으로 감사에 걸린 적이 있다. 이런 유치원이 과연 이번에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였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청원인은 “엄마가 미안하다... 너를 그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더라면”이라고 후회하면서 “우리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을 뿐인데, 지금 아이들은 혈변을 보고 투석을 하고 있다. 이런 개인경비를 수억 해 먹은 전적이 있는 파렴치한 유치원 원장의 실태를 알리고자 한다”고 폭로했다.

해당 청원글을 올라온지 하루만에 2만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대해 유치원 원장은 보건소 역학조사 결과, 현재까지 시설과 음식에선 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집단 발병 원인에 대해 언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찐 감자와 수박, 군만두 등 5가지 음식을 ‘보존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보건 당국은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유치원에 대해 아직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내사를 시작하지 않았으나, 보건소나 학부모 측에서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 조치하면 수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명 ‘햄버거병’으로도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은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합병증 중 하나로, 급성으로 진행될 경우 신장 기능이 망가질 수도 있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감염될 경우 설사와 심한 경련성 복통, 혈변,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전염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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