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미국으로 반출된 불화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가 66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번 반환은 대한불교조계종의 끈질긴 노력과 설득으로 6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민간 주도로 유출문화재가 환수된 최초의 사례다. .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16일 LA카운티박물관(LACMA)와 신흥사 성보 반환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LACMA는 신흥사 영산회상도 1점과 시왕도 3점까지 총 4점을 원소장처인 신흥사 측에 무상으로 반환하기로 했다.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1755년(영조 31) 대웅전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보물 제1721호)의 후불화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됐다. 석가모니 부처가 영축산에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설한 법회를 그린 불화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강원도에서 현존하는 후불화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불화로 규모와 화격(畵格) 면에서도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영산회상도는 1998년 LACMA가 구입해 보관해왔다. 당시 6조각으로 나눠져 개인이 보관하던 것을 2년에 걸쳐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복원에는 국내 보존처리 전문가인 박지선 용인대 교수가 참여했다. 당시만해도 영산회상도의 유출과정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계종이 지난 2014년부터 LACMA와 영산회상도 반환을 위해 조사 및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시 약탈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계종 관계자는 “속초시립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던 한국전쟁 직후 미군이 촬영한 2장의 사진을 통해 영산회상도가 1954년 6~10월 사이에 사라진 사실이 확인됐다”며 “당시 신흥사는 수복지역이라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었다는 점을 통해 미군에 의한 전시 약탈품이라는 게 간접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런 증거 덕분에 LA카운티박물관을 설득해 무상으로 반환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초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한국전쟁 70주년에 맞춰 6월25일 이전에 국내로 반환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LACMA가 휴관 조치되면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는 이르면 다음달 중 국내로 반환된 뒤 8월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환수 고불식을 거쳐 원래의 자리인 신흥사로 전달될 예정이다. 일반에는 신흥사 성보박물관을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