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매월 집에서 받아보던 쇼핑 책자로 익숙한 ‘홈쇼핑 카탈로그(상품 안내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카탈로그 우편물 감액률을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홈쇼핑 업체들이 서비스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카탈로그 쇼핑 시장은 2000년대 초반 1조원이 넘을 정도로 커지며 국내 통신판매 대표 업태로 불렸지만, 이후 온라인과 모바일로 고객층이 이동하면서 사업 효율이 크게 떨어지자 업체들이 잇따라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현재 홈쇼핑 시장에서 카탈로그 서비스를 운영중인 업체는 롯데홈쇼핑과 NS홈쇼핑이 유일하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우정사업본부는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카탈로그 우편물에 대한 고시상의 감액 범위(감액률) 축소를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회신했다.
앞서 지난 23일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요금 감액률 조정 관련 행정 예고에 대해 감액률 조정 반대 및 고시개정 시행 유보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우정사업본부는 회신을 통해 “카탈로그 우편물의 높은 감액률(지난해 기준 평균 53%, 요금감액 215억원)이 우편사업 적자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영수지 개선을 통한 안정적인 우편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카탈로그 우편요금 감액률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홈쇼핑 업계는 “이번 우정사업본부의 감액률 축소로 카탈로그 발송 비용은 연간 17억원이 추가 부담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액률 축소가 강행될 경우 사업구조상 철수 또는 카탈로그 발송 수량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카탈로그 쇼핑은 지난 1987년 우체국에서 처음 실시했으며 1990년 중반 이후 TV홈쇼핑사와 두산오토, 코리아홈쇼핑 등 카탈로그 쇼핑 전문 업체들이 주도하며 시장 성장을 이끌엇다.
이후 한솔, 대우, SK 등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2002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1,150억원까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우편요금 인상 등이 이어지면서 2004년에는 5,5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0년대 들어시장이 TV홈쇼핑 위주로 재편되면서 2013년 8,200억원까지 성장했지만, 이후 매년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이자 그나마 사업을 유지하던 TV홈쇼핑 업체들도 줄줄이 서비스를 접기 시작했다.
2015년 홈앤쇼핑을 필두고 2018년에는 대기업 중 처음으로 현대홈쇼핑(057050)이 카탈로그 서비스를 중단했다. 2008년까지만해도 매달 150만부를 발행하며 여성지를 압도했지만, 2017년 영업이익률이 1%대까지 떨어지자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GS홈쇼핑(028150)과 CJ오쇼핑(035760)도 카탈로그 발행 서비스를 접었다.
그러나 롯데홈쇼핑과 NS홈쇼핑은 수익성 악화에도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며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NS홈쇼핑은 올해 2월부터 카탈로그인 ‘NS쇼핑북’을 새로운 콘텐츠로 개편해 오히려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NS홈쇼핑의 카탈로그에는 약 500여개 기업이 납품협력사로 참여하는데 이중 95%에 해당하는 480여개 업체가 중소기업으로 이들 제품의 테스트 베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정사업부의 변경 고시가 적용되면 두 업체의 카탈로그 사업 비용은 지금보다 20% 이상 증가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내수 경기가 지속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우편요금 인상은 유통사뿐만 아니라 이와 연관되어 있는 중소 협력사에게도 큰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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