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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판막 교체, 가슴 절개 않는 TAVI 시술 는다

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 등 ‘빅5’ 중심 급증

서울성모 장기육 교수팀, 2박3일이면 퇴원

허벅지 혈관에 뚫는 구멍 3개→1개로 줄인

새 시술법 200례 달성…합병증·출혈 위험↓

심장 판막이 노화하면 칼슘이 쌓여 석회화가 진행된다. 이런 변성이 수년~수십년 간 지속되면 밸브 역할을 하는 판막 소엽(小葉)들이 두껍고 딱딱해지거나 서로 들러붙는다.

고장이 가장 흔한 건 좌심실에서 심장의 혈액이 온몸으로 뿜어져 나가는 출구에 있는 대동맥판막. 판막 소엽의 석회화가 심해지면 심장이 혈액을 뿜어낼 때 10~20도(정상 판막은 80~90도) 정도만 펼쳐져 혈액이 양껏 흘러나가지 못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라고 하는데 판막이 온전히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기도 한다.

이처럼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하면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심장근육이 두꺼워지고 결국 호흡곤란·흉통·실신 등을 겪게 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중증이 되면 대부분 2년 안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육(왼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TAVI(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시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수면마취 시술…흉통·호흡곤란 곧바로 사라져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자의 심장을 멈추고 체외순환기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상태에서 가슴을 20㎝ 안팎 열고 좌심실 근처 대동맥을 절개해 판막에 접근, 소엽을 잘라내고 인공판막 소엽을 실(봉합사)로 촘촘히 꿰매 고정시키는 봉합수술이 대세였다. 수술시간이 1시간 정도로 길고 가슴 절개부위가 회복되기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리는데다 합병증 위험, 큰 흉터는 큰 부담요인이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엽을 잘라내고 소엽이 붙어있던 자리(대동맥판륜)의 석회화 부위를 매끄럽게 다듬은 뒤 대동맥 내부에 인공판막 구조물을 끼워넣는 무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도 한다. 인공판막을 꿰맬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없어 가슴을 6~7㎝만 절개하고 수술시간도 25분 안팎으로 줄었다. 성인 심장수술 10건 중 4건이 판막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 대신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접혀진 인공판막 구조물을 밀어넣은 뒤 우산처럼 펼쳐 고정시키는 시술도 ‘빅5’ 병원(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세브란스) 등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TAVI(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시술인데 수면 상태에서 짧은 시간에 시술하고 흉통·호흡곤란이 곧바로 사라지는 게 장점이다. 시술 당일 식사할 수 있고 평균 3일 뒤 퇴원할 수 있다. 수술부담이 큰 고령환자에게 유용하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있는 김봉희(남·87)씨는 지난달 25일 장기육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으로부터 TAVI 시술을 받고 다음날 퇴원했다. 장 교수팀이 지난해부터 시술 때 허벅지 혈관에 3개의 구멍을 내던 것을 1개로 줄이고, 인공판막이 잘 작동하는지 평가하는 심초음파 검사도 식도를 통해 기구를 넣는 방법(경식도 심초음파) 대신 몸 밖에서 갈비뼈 틈새로 검사(경흉부 심초음파)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특히 허벅지 혈관에 1개의 구멍만 내고 시술하는 방식은 국내에서 장 교수팀만 하고 있다.



◇시술 환자 20~30%,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 병행

TAVI 시술은 초기에는 카테터 시스템이 커 직경 8㎜ 관을 삽입하고 심초음파 기구를 식도를 통해 넣느라 전신마취 후 시술을 했지만 지금은 관 굵기가 5.3㎜로 가늘어지고 몸 밖에서 심초음파 검사를 하기 때문에 수면마취 상태에서 시술한다.



TAVI는 대개 오른쪽 대퇴동맥에 주사기로 구멍을 낸 뒤 5~5.5㎜의 굵은 관을 삽입하고 여기를 통해 인공판막을 넣어준다. 왼쪽 대퇴동맥엔 지름 2㎜ 관을 넣은 뒤 가느다란 돼지꼬리 모양의 카테터를 대동맥판막 바로 위까지 밀어넣은 뒤 시술 중 간헐적으로 조영제를 투입해 시술이 잘 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한다. 왼쪽 대퇴정맥을 통해 임시 인공심장박동기도 삽입한다.

이렇게 허벅지 혈관에 3개의 구멍을 내 시술하다 보니 오른쪽 대퇴동맥 지혈을 위해 시술 다음날 아침까지 누워 있어야 하거나, 대퇴동맥 분지(分枝)에 구멍을 내 혈종이 생기거나, 가이드와이어가 신장(콩팥) 동맥으로 잘못 들어가 신장이 손상되거나, 임시 인공심장박동기를 삽입하다 심장에 구멍이 뚫리는 등 합병증 발생 위험도 있었다.

장기육(오른쪽) 서울성모병원 교수가 최근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TAVI 시술을 받은 다음날 퇴원하는 김봉희(87)씨의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이와 달리 장 교수팀의 새 TAVI 시술은 인공판막 삽입과 임시 인공심장박동기 대신 넣어주는 전극을 오른쪽 대퇴동맥 1개를 이용해 넣어준다. 또 조영제 투입용 카테터는 지혈이 쉽고 혈관 합병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오른쪽 손목 혈관을 쓴다.

장 교수는 “TAVI 시술 환자의 20~30%는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어 심근경색 등 예방을 위해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 삽입술까지 동시에 진행한다”며 “지금까지 총 465건의 TAVI 시술 가운데 지난해 150건, 올해 50건을 최신 시술방법으로 시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 부담이 큰 75세 이상 노인은 TAVI를, 70세 이하 환자는 수술을 권고하는 경우가 많고 70~75세 환자는 본인의 선호도와 당뇨병·고혈압 같은 지병 등을 고려해 시술 또는 수술을 한다”고 했다.

다만 TAVI는 인공판막 가격이 3,000만원을 웃도는 데다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높은 게 흠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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