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던 시도였고, 카카오(035720) 크루(구성원)들 역시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걱정을 떨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기대한다는 본질을 추구하자는 데 이견이 없었기에,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우리는 변화의 발걸음을 뗄 수 있었습니다.”
포털 업계 최초 연예뉴스 댓글 폐지를 비롯해 악성 댓글(악플) 신고 기능과 댓글 접기·덮어두기 기능 도입 등 다양한 댓글 정책을 선보였던 카카오 측이 지난 3일 브런치에 그동안 카카오가 선보였던 댓글 정책을 총정리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가수 겸 배우 설리 사망을 계기로 악성 댓글이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으면서 포털 업계에서는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이 표현의 자유라는 본래의 취지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고 서비스 자체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카카오였다. 카카오는 국내 포털 업체 중 최초로 지난해 10월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에 대한 간담회에서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 대표는 “연예 섹션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 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연예 뉴스 댓글에 개인적 이야기가 많아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악플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또 한 번의 서비스 정책 개편에 나섰다. 욕설이나 비속어뿐만 아니라 ‘차별·혐오’ 표현도 신고할 수 있게 하고, 만약 실제 이용자가 신고한 댓글이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면 해당 댓글을 삭제할 뿐 아니라 작성자도 제재했다. 또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댓글을 숨길 수 있는 ‘접기’와 특정 댓글 작성자를 보이지 않게 하는 ‘덮어두기’ 기능도 마련했다.
이 같은 댓글 정책 변화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악성 댓글 신고 및 조치가 증가했으며 점차 욕설 및 혐오 표현이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18일 카카오는 댓글 서비스 개편 이후 집계한 결과를 발표하고, 3월 한 달 간 댓글 신고 건수는 개편 이전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며,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5월에도 개편 이전에 비해 14% 늘어났다고 밝혔다. 악성 댓글 삭제 건수도 3월 한 달간 개편 이전 대비 65% 증가했고, 5월에도 개편 이전보다 7% 늘어났다.
카카오 측은 “욕설·비속어가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불쾌감을 주는 댓글이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조치됨으로써 댓글 환경이 청정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욕설 및 비속어를 포함한 댓글이 20% 이상 감소하는 효과도 있었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댓글의 욕설 및 비속어를 필터링해 음표 모양으로 바꿔주는 ‘욕설 음표 치환 기능’을 운영하고 있는데 댓글 개편 후 음표 치환된 댓글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추천 댓글 기능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댓글의 다양성을 높이는 차원에서의 변화를 시도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포털 다음(Daum)과 카카오톡 ‘#탭’의 뉴스 댓글 서비스에서 이용자들이 댓글에 남긴 피드백을 바탕으로 댓글을 임의 순서대로 보여주는 ‘추천댓글’ 정렬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추천댓글’ 정렬은 뉴스에 댓글과 피드백(찬성·반대)이 발생했을 경우, 전체 댓글 중 일정 수 이상의 찬성을 받은 댓글을 임의 순서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일정 개수 이상의 댓글이 발생한 뉴스에서는 추천댓글을 기본 정렬 방식으로 제공한다.
또 ‘작성자 닉네임 신고’ 항목도 추가했다. 댓글 신고하기 메뉴에서 ‘작성자 닉네임 신고’를 누르면 욕설-불법 사이트 광고 등 비정상적인 닉네임으로 댓글 활동을 하는 이용자를 직접 신고할 수 있다. 신고된 이용자의 닉네임이 카카오의 운영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하면 즉시 해당 닉네임을 초기화 처리하며 누적 횟수에 따라 제재 조치한다.
카카오 측은 “큰 변화가 없었던 인터넷 뉴스 환경에서 오랫동안 이용해 오신 분들에게 최근 카카오가 시도한 여러 변화들이 갑작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정보 유통 플랫폼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쾌적하고 건강한 소통의 장을 꾸려나가기 이해 계속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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