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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보다 폭넓은 외교 지향할 때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국정원장 등 안보라인 교체는

외교를 통일 종속변수로 보는 것

北몰두보단 국제정치 적극 대응

평화 '중재자'로서 영향력 키워야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 라인을 교체했다.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흥미로운 것도 있다.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은 유임되고 국가안보실장·국정원장, 그리고 통일부 장관에 새로운 인물들이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김대중 정부의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했던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국정원장에 파격적으로 발탁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인사들, 즉 북한통들을 전면에 내세워 현재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외교·안보와 통일이라는 두 가지 주제의 관계와 우선순위를 엿볼 수 있다. 통일 또는 남북관계가 외교보다 우선적으로 주목을 받는다는 것, 또는 외교가 통일이나 남북관계에 종속된다는 것을 잘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설명하는 현 정부로서는 당연히 추구할 움직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의구심이 남는다. 첫째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이 현재 남북관계가 겪고 있는 난맥상이 인사 교체로 해결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외교·안보 팀이 어떤 성과를 낼지 또는 북한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에 따라 보다 명확해지겠지만, 교체되기 이전의 인사들도 이제까지 대북 유화정책을 주장하고 유지해왔다.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북한의 대남 불만 표출은 유화정책을 누가 담당하느냐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북한에 어떤 구체적인 혜택이 오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북한은 유화정책이라는 말만이 아닌, 혜택이 되는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응하려면 행동에 나서야 하지만 한국은 국제제재 동참과도 같은 국제정치의 구조적인 측면 때문이라면 행동을 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물 교체의 효용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는 장황한 말보다는 솔직한 상황 설명이 더 효과적이다. 상황에 대한 엄정한 판단과 결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직한 중개자의 몫은 정확한 전달이다. 여기에는 상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포함된다.

둘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가운데 남북관계 또는 대북관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지만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상화시키는 코로나19가 독감처럼 계절성 풍토병으로 정착해 국가의 양상을 ‘감시국가’나 ‘보건국가’로 변모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에서부터 코로나19 사태에서 나타난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 미비나 부재, 그리고 그로 인해 드러난 중국 제조업에의 지나친 의존에 대한 경각심이 지역주의나 본국으로의 회귀 현상을 부추겨 결국에는 국제정치와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까지 다양하다. 세계는 종전의 미중 갈등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라는 새로운 변수의 등장으로 좀 더 빠르고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새롭게 자리 잡을 ‘뉴노멀’이 어떤 상태가 될지 알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협박에만 주목하는 것은 소탐대실, 선후불문의 우를 범하는 것일 수 있다. 지금은 북한을 달래는 것보다 세계와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때로는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한국의 외교를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속에서 생각해야 할 시기다. 그것이 북한과 세계를 잇고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정직한 중재자의 역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높아진 위상과 그에 걸맞은 역할 수행이 중재자의 목소리에 힘도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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