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의 특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엿새 만에 내놓은 공식 답변이다. 이는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지검장을 배제하겠다는 의미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사실상 항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 장관도 법무부를 통해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즉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며 최고조에 이르고 있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검찰청은 8일 입장문에서 “(김영대)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하여금 서울중앙지검의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인 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수사팀을 지휘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이 지검장을 ‘패싱’함으로써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사실상 항명한 것이다.
윤 총장의 입장이 나온 직후 법무부는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추 장관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윤 총장에게 구체적인 답변 시간까지 제시하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윤 총장의 입장이 나온 것은 추 장관의 발표문 이후 약 8시간 만이다. 하지만 추 장관은 건의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지 1시간40분 만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추 장관은 지난주 윤 총장에게 “검언유착 사건의 수사 과정에 손을 떼고 수사팀에게 보고만 받으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일각에서 나온 특임검사 도입에 대해서도 “때가 지났다”며 반대했지만 윤 총장은 이에 전면 반하는 답을 한 셈이다. 이로써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은 다시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접 감찰이라는 지시를 추 장관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는데, 현실화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결국 퇴로가 막혀버린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거부하고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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