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한 우물만 파온 결과다. 서울경제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협조를 받아 위기 속 빛을 발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이야기를 4회에 걸쳐 다룬다.
첫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멸균 기술력으로 ‘퀀텀점프’한 한울생약이다. 1991년 설립돼 30년 가까이 멸균 물티슈를 만들어왔다. 2013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고온고압멸균 기술은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더 멀리 나아가게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멸균물티슈가 불티나게 팔려 나가면서 지난 5월까지 매출액이 작년 총액을 넘어설 정도가 됐다.
3년여 전부터 가업을 물려받은 한종우(사진) 대표는 “당시에는 투자가치가 높지는 않았지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멸균 제품을 만든다는 목표로 4~5년간 개발해 완성된 기술”이라며 “세계 유일무이하고 혁신적인 고온고압멸균 기술로 만든 안전한 물티슈가 위생을 중요시하는 시대를 만나 급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한울생약에겐 기회가 된 셈이다.
한울생약의 멸균은 흔히 위생용품에 쓰이는 살균보다 한 단계 높은 안전성을 보장한다. 99.9%를 너머 100%로 균을 없앤다. 화학 방부제나 방사선을 쓰지 않고 스팀으로 고온, 고압을 유지해 균을 제거하기 때문에 신생아까지 사용할 만큼 깨끗하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방사선이나 가스 멸균보다 실폐율이 적도록 121℃에서 약 220기압으로 15분간 살균하는 물리적인 방식을 선택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화학적 살균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고온고압에서 멸균한 영아용 구강청결티슈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고온과 고압을 견딜 수 있는 원료, 지지체, 포장방식 등 종합적인 기술이 중요했다. 병원이나 실험실에서 소량 기기는 있었지만 대량생산용으로 늘리고 다양한 용도별 기기를 제작하는 데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중진공으로부터 20억원에 가까운 신성장기반자금을 지원받아 설비에 투자해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기술력과 시설을 갖추게 됐다. 동종업종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인 것이다.
압도적인 기술력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있다 보니 코로나19 사태에서 위력을 보였다. 한울생약의 물티슈와 손소독제가 날게 돋친 듯 팔린 것이다. 구강티슈 리꼬는 올해 ‘브랜드K’ 제품으로도 선정돼 해외 진출의 길을 열었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600억원이 예상된다. 미국·홍콩 등 10여개국에 수출물량도 늘어 해외서만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해외 매출의 경우 전년의 13배에 달한다. 한 대표는 “기술력과 설비준비가 시기가 딱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중진공의 자금지원은 신의 한수였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한울생약은 화장품 시장에도 도전한다. 고온고압멸균 기술의 확장판인 ‘멸균 마스크팩’을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고온고압으로 멸균돼 화학 방부제가 없다 보니 피부 트러블은 줄이고 대신 미백, 주름 개선 등 순수한 기능성 성분만 함유를 높일 수 있었다”면서 “선대부터 이어온 제조 노하우와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브랜딩과 마케팅을 더해 기회를 살려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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