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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스와데시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를 생각하면 물레질을 하며 흘러내리는 안경 너머로 책을 읽는 사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진에서 그의 소박한 삶을 보여주기 위해 물레라는 소품을 이용했을 수 있지만 그의 실제 삶도 물레를 떼어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간디는 1906년 영국의 벵골 분할령에 반대해 반영(反英) 운동의 일환으로 스와데시 운동을 시작했다. 스와데시는 산스크리트어로 ‘자기 것(swa)’과 ‘나라(desh)’를 뜻하는 두 단어를 합친 말로서 일종의 국산품 애용 운동이다.

당시 인도에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대량생산된 면직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물레로 짠 면직물을 팔아 생계를 꾸리던 농촌은 피폐해졌다. 평소 인도의 정신을 농촌공동체에서 찾던 간디는 농촌의 가내수공업이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해 스스로 물레를 돌려 옷을 해 입으며 스와데시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스와데시 운동은 인도 사람들에게 민족주의를 일깨우며 영국에 타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난한 인도를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사람이 의식주를 해결하고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필요한데 자급자족의 농촌공동체를 지향하는 스와데시 운동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스와데시 정신을 기초로 한 자립경제 정책은 1947년 인도 독립 이후에도 이어졌지만 1991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끝이 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립경제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인도에 중국산 불매운동을 외치는 등 반중 정서가 확산하고 기업들도 부품 공급선을 중국에서 자국 기업으로 바꾸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21세기 인도에 스와데시 운동을 벌인 간디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 부는 21세기 스와데시 바람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항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온 세상이 얽혀 있는 지금 고립돼 혼자 살 수도 없다. 자립과 공생의 절묘한 접점을 찾아야 할 때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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