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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없는 음식을 위해 국내 최초 ‘마감 할인’ 플랫폼을 만들다” 오경석 ‘라스트오더’ 대표

[원부연의 직업의 탄생] “우리만의 방식으로 가치 있는 푸드 쉐어링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창업을 넘어 ‘창직 하는 사람(Job Creator)’들이 늘고 있다. 끊임없는 세상의 변화와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 회사에서 찾지 못한 직업 정체성에 대한 숙제를 개인들이 스스로 고민해 찾게 된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직업을 새롭게 정의내리기 시작했다.

‘원부연의 직업의 탄생’은 스스로 창직을 한, 나만의 단어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개인과 산업 두 영역에서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두 번째 커리어를 꿈꾸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전하고자 한다.

푸드 쉐어링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오경석 대표




방송국 PD로 커리어를 시작한 오경석 대표는 늘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덴마크의 한 스타트업에서 음식점 마감할인 플랫폼 서비스를 알게 됐다. 유럽 출장을 간 김에 사업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고, 국내에서도 적용이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9시면 마감하는 유럽의 레스토랑들과 국내 환경은 전혀 달랐다. 이를 위해 1인 가구가 밀집한 관악구를 공략, 테스트를 시작했다. 초기엔 다소 복잡한 주문 시스템이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점점 사람들의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점주 분들의 호응도 폭발적이었다.

그렇게 서울 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남는 음식, 마감 할인으로 낭비 없이 즐기자.’는 취지를 확장시켰다. 그리고 이런 취지에 편의점도 동참하기 시작했고 얼마 전에는 환경부 장관 상까지 받았다. 창업 후 그간의 이야기를 라스트오더 오경석 대표에게 들어보았다.

방송국 PD시절 유럽에서 만난 창업 아이템

- 방송국 PD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유는?

“YTN에서 일하다 MBC 스포츠 PD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PD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노력해서 얻은 의미 있는 정보를 보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였다. 방송을 통해 양질의 내용을 전하며 좋은 영향력을 주고자 했다.”

- 출장 때 음식점 마감 할인 서비스를 접했다고?

“MBC에서 일할 당시 컬링 때문에 유럽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거기서 말로만 듣던 ‘투굿투고’ 서비스를 접하게 됐다. 마감 후 레스토랑에서 남는 음식을 할인해 주는 서비스로 덴마크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창업 2년 만에 전 유럽으로 확장 했고, 유럽 외에서도 사용되고 있다고 들었다. 이 서비스를 경험해본 후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당시 국내에는 비슷한 서비스가 없었나?

“국내에 비슷한 서비스들을 찾아봤는데 하고 있는 곳이 없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시장조사를 하면서 이게 먹힐지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관악구를 시작으로 했다. 대체로 9시면 마감하는 유럽과 달리 우리의 마감은 업장별 제각각이었다. 그래서 2035세대와 1인가구를 타깃으로 해보기로 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관악구였다.”

- 처음엔 회사를 다니면서 했다고?

“그렇다. 처음에는 회사를 다니며 테스트를 해봤다. 시장에서 가능한 서비스일지 알아봐야 했다. 일단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활용해 판매를 시작했다. ‘마감 음식 할인’이라는 게 특정 시간에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다. 업주분들과 상품을 약속 한 뒤 시간에 맞춰 수동으로 하나하나 올려야 했다.”

- 구매 고객이 있었는지?

“신기하게도 구매를 하는 고객들이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실시간 주문 확인이 되지 않았다. 당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는 쇼핑몰 베이스였기에 실시간 알림 서비스가 없었다. 그래서 나 혼자 수동으로 새로 고침을 수 천 번 눌러 가며 확인해야 했다. 그렇게 주문이 들어오면 고객에게 전화해 일일이 질문을 했다. 매장에서 먹을지 포장인지, 옵션은 없는지 등을.”

- 어려운 지점도 많았다고?

“고객 확인 후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하는데 마침 재고가 없을 때가 있다. 그러면 또 다시 고객에게 전화해 물어봐야 하고. 게다가 한 번에 한 주문만 들어오면 다행인데 동시에 4~5개가 겹치면 혼자다보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시장의 반응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회사를 그만뒀다.”

오씨에게 영감을 준 브랜드 투굿투고. /사진=투굿투고 홈페이지


국내 최초 마감 할인 플랫폼을 만들다

- 창립 멤버들은 어떻게 만났나?

“지금의 마케팅 팀장, 경영지원 팀장과 셋이서 창업을 시작했다. 원래도 지인이었던 사이다. 마케팅 팀장과는 마감 할인 아이템으로 정부지원 사업을 준비하던 때, 발표 자료를 부탁하다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광고회사를 다니던 친구였는데 회사에 대한 고민이 많던 때다.”

- 또 다른 멤버는 어떻게 합류했는지?

“경영지원 팀장은 국가 정책을 만드는 연구원 출신이다. 기술보증기금 등 정부지원 사업용 문서를 작성할 일이 많았는데 그 때 도움을 받았다. 원래는 단기로 도와주기로 했는데 어쩌다보니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 앱 개발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들었다.

“IT쪽 전공자가 없다보니 앱 개발을 외주에 맡겼다. 그런데 외주 회사에서 여러 이유를 대며 일정을 미뤘다.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셋은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의 마감 음식 할인 판매 일을 했다. 우리도 나름 영업점과 시장 테스트를 계속 해봐야 했으니까. 그렇게 셋이 새로 고침을 누르며 전화를 붙들고 저녁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2018년 11월이 앱 서비스를 정식 런칭했다.”

- 결국 외주 개발 앱을 쓰진 못했다고?

“그렇다. 결국 자체 개발자를 뽑아 제작을 다시 해야 했다. 그래서 시간 손실이 발생했다. 셋이서 전화를 돌리며 하던 테스트를 앱 개발이 곧 완료 된다는 말에 7월에 올 스톱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내부 개발자를 통해 4개월의 시간차를 둔 후 11월에 런칭할 수밖에 없었다.”

- 공백기 동안 괴롭거나 걱정되진 않았나?

“이미 7월에도 직원만 7명이었다. 그나마 당시 ‘소풍’과 ‘다날’에서 초기 투자를 받은 상태였기에 직원들 월급 등은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기술보증보험’ 투자금과 내가 준비해둔 자본금도 있던 상태였고. 다만 같이 시작한 초기 멤버에게는 초창기에 밥 값 정도 지급한 게 전부였다. 물론 1년 정도 후 정산은 한꺼번에 해줬다.”

늘 든든한 창립 멤버들과 함께. 왼쪽에서 두 번째가 오씨다.


관악구에서 이제는 전국구로

- 어떤 기준으로 지역을 넓혀갔는지?

“처음 관악구에서 시작, 강서구, 마포구, 영등포구 순으로 런칭했다. 1인가구가 많은 순이다. 1년도 채 안된 시점인 2019년 5월 즈음 서울 전 지역 및 경기 일대 지역으로 확장했다.”

- 수익은 어느 정도 발생하는가?

“사실 수익은 지금도 미미한 상황이다. 아직은 소상공인 점주 분들께 이용료나 판매 수수료 비용을 받지 않고 있어서다. B2B로 계약된 곳에서만 판매 수수료를 받기 시작한 단계다.”

- 올 초 편의점 서비스를 런칭했다.

“2020년 2월에 두 개 편의점 브랜드 입점을 런칭하면서 전국구로 확장됐다. 그러다보니 5대 광역시 중심으로 일반 사업 영역도 조금씩 넓혀갈 수 있었고. (올 가을엔 GS 25도 추가 런칭 예정이다.) 기업과 계약을 하다 보니 B2B 판매 수수료 책정이 안정적으로 가능해졌다.”

- 편의점 마감 할인, 라스트오더를 선택한 이유는?

“편의점 자사 앱의 경우 정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게 주 목적이다. 그러다보니 할인 상품을 올리는 거 자체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그래서 마감 할인의 경우 전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 한 것 같다.”

- 편의점의 남는 음식은 오랜 문제였다.

“그렇다. 편의점의 경우 매장 자체 할인 제도가 없다. (편의점 할인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 보통 하루에 4번의 폐기가 발생하며, 남으면 그대로 버려지는 거다. 이건 본사나 경영주에게도,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사항이었다. 이 오래된 문제를 우리의 플랫폼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해외 편의점에서도 문의가 종종 온다.”

-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

“아직은 국내 볼륨을 키우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도 많고. 아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때 고민할 생각이다.”

- B2B 영역이 늘어나면서 내부 고충도 많아졌다고?

“사용자들은 대표 앱 하나만 쓰면 되는데 점주분들의 경우 분야별로 앱이 다 나뉘어져 있다. 이를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전 직원 40명 중 15명이 개발자인데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 3사 요구조건이 다 다르다보니 쫓길 때도 많고. 그래서 통합 및 표준화 과정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 일반 소상공인 분들과의 계약도 쉽진 않았겠다.

“소상공인 분들과는 직접 설명을 하며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다행이 지금은 인바운드로도 많이 들어오지만 초기에는 영업이 힘들어했다. 점주 분들에게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 우리 브랜드를 모르기도 했고, 마감 할인이라는 말에 또 허들이 생기고. 다행히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환경을 생각하는 라스트오더의 슬로건. 얼마 전에는 환경부 장관 상도 받았다.


또 다른 비즈니스 영역을 준비하며

- 배송과 배달로의 확장도 고려중인가?

“사실 배송과 배달은 다른 영역이다. 배송은 택배 중심인데 이 서비스는 지금도 하는 중이다. 배달은 바로 가는 시스템이라 서비스는 아직 없지만 우리도 역시 준비는 하고 있다. 그런데 오픈 시점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중이다. 배달에 대한 필요성은 우리나 사용자 모두에게 있지만 시장에 언제 내놓을지 시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 어떤 부분이 염려스러운지?

“배달이 들어가는 순간 다른 플레이어들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급하게 시장에 선보이려 하지 않는 거고. 아직은 마감할인에 대한 니즈가 많은 분들이 우리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이유도 있다. 그분들에게 보다 선명하게 우리 서비스를 전달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 점주 대상 이용료에 대한 고민도 있겠다.

“유료화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다. 사실 올해 이용료를 일정 부분 부과하려 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작 시점을 미뤘다. 우리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야 하니 언젠가는 이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어느 정도 수준으로 생각 중인가?

“소상공인 분들에게 받는 이용료는 월 3만원 수준. 대신 판매에 대한 수수료는 가져가지 않는다. B2B의 경우 약속된 판매 수수료를 받으며 확장성을 고민하는 중이다.”

- 올해의 주력 사업은?

“마감 할인 상품 구매 시 추가로 정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려중이다. 예를 들어 카페의 디저트 마감 할인 시 정가인 커피를 구매하고 싶은 고객들이 많다는 걸 데이터로 알게 됐다. 마감 할인 상품을 통해 정가 상품도 추가 매출이 가능한 것이다.”

- 음식 외 제안도 많이 들어온다고?

“다른 카테고리 문의도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 물티슈 같은 생활용품이나 화장품등도 유통기한 문제가 있더라. 편의점의 경우 매대에 오래 올라간 제품이 재고로 전환돼 처리하고 싶어 하시기도 하고. 그래서 음식이 아닌 카테고리로의 확장도 고려 중이다.”

소상공인, 소비자, 기업 등 다각도로 앱과 CS 관리하느라 늘 바쁜 사무실.


오경석 대표의 비전과 미래

- 현재 업장과 고객 수는 어느 정도인가?

“업장이 1만 6천개, 소비자들은 35만명 정도다.”

- 라스트오더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마감 음식 할인이라는 아이템. 하지만 사업적으로의 강점은 편의점 마감 할인 단독 입점. 앞으로 이 두 가지 핵심 장점들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자 한다.”

- 누적 투자금도 꽤 많다고?

“현재 누적 투자금은 70억 정도다. 최근 투자 라운드를 마치면 누적 100억 전후로 생각했으나 코로나19 이슈로 다소 줄었다.”

- 오경석 대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향후 엑시트를 하게 된다면, 그래서 여유가 된다면, 비영리 환경 단체를 만들고 싶다. 사실 환경이 아니더라도 비영리로 도움이 될 만한 거라면 뭐든 해보고 싶다. 지금은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다보니 수익 등 여러 가지 숫자들을 고려해야한다. 언젠가는 가능한 일이 되길 바래본다.”

- 창업 후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있다면?

“창업을 쉽게 봤고 라스트오더라는 아이템을 쉽게 봤다. 무지해서 여기까지 온 것도 있고, 그래서 더 힘든 순간도 많았던 것 같다. 우리의 플랫폼 서비스라는 게 업주와 고객 모두를 모아야 하는데 이를 계산하며 성장까지 한다는 게 진짜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 플랫폼 사업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플랫폼 서비스는 돈과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서비스더라. 초창기에 그걸 몰라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창업을 했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창업을 할 것 같다. 어렵고 힘든 게 투성이지만 재미있고 설레는 일이다. 그런데 플랫폼 서비스는 아마 안 하지 않을까 싶다. (웃음)”

- 다시 창업을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인지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인지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알 것 같은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어떨지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나만의 기준들이 하나하나 생길 거라 믿는다.”



원부연. 서울경제신문 라이프점프 객원기자. 전 광고 기획자에서 음주문화공간 기획자로 창직 후 술집, 극장, 살롱 등 서로 다른 9개의 공간을 런칭했다. <합니다, 독립술집>, <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습니다.>, <퇴사 말고, 사이드잡> 세 권의 책을 쓴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원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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