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10년 후에 상용화될 6세대(6G) 이동통신 장비 시장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바탕으로 주도권 잡기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고 밝힌 후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삼성전자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6G 주도권을 쥘 경우 전장·반도체·배터리·스마트폰 등 삼성의 미래 사업 전략 또한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노키아·에릭슨·화웨이 등 주요 통신기기 사업자 중 최초로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백서’를 14일 공개했다.
관련 백서에 따르면 6G 시대에는 △초실감 확장 현실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의 서비스가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사물인터넷(IoT) 기반 기기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통신 기술 확대 등으로 5G 대비 보다 빠르고 최적화된 통신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6G 시대에는 현재 5G의 최대 전송속도인 20Gbps의 50배가량인 1Tbps 속도 구현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20GB 용량의 초고화질 영화를 0.16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 6G의 반응시간은 5G의 0.001초 대비 10배 이상 빨라져 자율주행차 등 ‘꿈의 기술’이 보다 쉽게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5G 시대와 6G 시대의 차이점으로 통신망에 ‘AI 필수 탑재’를 꼽고 있다. 6G 시대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된 신경망처리장치(NPU)만으로는 망 최적화와 빠른 데이터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른바 ‘네이티브 AI’가 필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6G를 구현하기 위해 현재는 잘 쓰지 않는 테라헤르츠(T㎐) 주파수 대역 활용을 위한 기술이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회절성이 약해 기지국을 많이 건설해야 하는 고주파 대역의 특성을 감안한 새로운 안테나 기술을 비롯해 △이중화 혁신 기술 △유연한 네트워크 구성 △위성 활용 등 네트워크 토폴로지 혁신 기술 △주파수 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주파수 공유 기술 △AI 적용 통신 기술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내년부터 각 통신사업자들이 6G 표준을 정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사업자는 이르면 오는 2028년부터 6G 상용 서비스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미래 통신 기술을 연구하는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해외 연구소, 국내외 대학·연구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6G 통신 기술 글로벌 표준화 및 기술개발 생태계를 주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전자 6G 초격차 전략의 중심에 이 부회장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 부회장은 차세대 통신 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관련 사업을 직접 챙겨왔으며 지난해 초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해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이 부회장의 발언 또한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해준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삼성 종합기술원에서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는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6G가 이 부회장이 언급한 ‘미래’이자 ‘신사업’인 셈이다. 특히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의 ‘절대강자’로 떠올랐던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힘을 못 쓰고 있어 5G에 이어 6G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초격차가 한층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6G 초격차 전략은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5G 경쟁력 강화 및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5G에서의 성공전략을 6G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5G 국제 표준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기술 제안 및 표준화 완성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나설 당시에는 관련 장비를 공급해 기술력을 입증했으며 최대 10Gbps의 속도를 낼 수 있는 28G㎐ 통합형 기지국, 단독모드(SA) 가상화 코어 장비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최성현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전무)은 “현재 5G 상용화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이동통신 기술의 한 세대가 10년인 점을 고려하면 6G 준비가 절대 이르지 않다”며 “삼성전자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근간으로 6G 기술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향후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6G 글로벌 표준화와 기술개발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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