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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서진도 일했던 옵티머스…5,000억 사기 휘말린 전말 [서초동 야단법석]

옵티머스자산운용/사진=연합뉴스




‘5,000억대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옵티머스’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이들도 많다. 인지도도 낮고 규모도 작은 자산운용사가 특정 증권사의 판매에 힘입어 3년여간 1조5,000억원어치 펀드를 팔아온 점,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펀드가 지난달 17일 환매 중단을 선언하고서야 문제가 드러났다는 점 등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특히 그동안 옵티머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걸러지지 않았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의 회사 연혁 페이지.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에서 2015년7월 AV자산운용으로, 2017년6월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꿔왔다./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이 때문에 옵티머스가 펀드 판매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의 도움을 받았거나 비호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김재현(50) 옵티머스 대표가 정관계 인맥을 들먹이며 공범을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오는가 하면 이혁진(53) 전 옵티머스 대표가 대통령 순방 행사에 등장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의심을 키우고 있다.

다만 현 대표의 사기 혐의와 전 대표의 횡령 혐의 및 민주당 전적 등의 이야기가 뒤섞이면서 여러 의혹이 복잡하게 꼬인 모양새다. 이에 이혁진 전 대표와 이후 김재현 대표의 이력, 경영권 분쟁, 정관계 의혹 등을 정리해봤다.

자신이 만든 운용사에서 쫓겨난 이혁진
옵티머스의 전신은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이다. 신영증권·CJ자산운용에서 일한 이 전 대표는 이 회사를 2009년 창업했다. 2011년에는 배우 이서진씨를 상무로 영입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4·11 총선(19대)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2015년 회사 이름을 AV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또 2017년6월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 다시 이름을 바꾼다. 이 전 대표가 회사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은 옵티머스로 사명을 바꾼 시점과 일치한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상문고 3년 후배인 A씨에게 김 대표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이 전 대표가 한양대 경제학과 86학번이고, 김 대표도 한양대 법대 89학번이긴 하지만 그 전까진 일면식도 없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를 각자 대표로 영입했다. 주식도 일부 양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직후 김 대표와 이 전 대표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다. 그로부터 몇 달 후인 2018년 3월, 이 전 대표는 임시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완전히 퇴출됐다.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이 전 대표 측은 본인이 개인 송사에 휘말린 것을 이용해 김 대표가 회사를 빼앗았다고 주장한다.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 전 대표는 2017년 7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2017년9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를 약점 삼아서 자신을 좇아냈다는 것이다.

김 대표 측의 입장은 다르다. 김 대표가 회사에 들어와 보니 이 전 대표가 가지급금을 많이 쓰는 등 회사를 너무 망가뜨려 놨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투자한 돈을 날리지 않으려면 ‘정상화’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의 횡령 혐의는 금감원도 확인한 사항이다. 김 대표가 경영권을 쥔 이후인 2018년12월 금감원은 이 전 대표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제재 조치한 뒤 검찰에 수사자료를 제공했다. 금감원은 이 전 대표가 2013년2월부터 2017년3월까지 423회에 걸쳐 회사자금 70억5,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이 전 대표가 이번 펀드 사기에 공모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과거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시절 이 대표의 범행과 여권 실세와의 유착설, 해외도피 비호 의혹은 별개의 문제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번에 발생한 펀드 사기의 배후인 듯 공격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김 대표와의 다툼 끝에 회사에서 쫓겨나고 횡령 혐의까지 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현재 미국에 체류하며 김치 사업을 하고 있다.

구속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누구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펀드 자금을 모아, 실제로는 엉뚱한 부실자산에 투자한 ‘5,000억원대 펀드 사기’는 사실상 이 전 대표가 회사에서 밀려나고 김 대표가 회사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벌어진 모양이다.

2017년6월부터 옵티머스의 키를 쥔 김 대표는 한화종합금융과 ING그룹자산운용을 거쳐 에코프라임이라는 회사를 창업한 이력이 있다. 에코프라임은 라오스에서 농장업을 했다. 김 대표는 이 회사를 하면서 상당한 돈을 번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의 주변인들은 그를 소위 ‘FM’ 성격이라고 평가한다. 일 처리가 성실하고 확실하다는 것이다. 또 사치를 부리지 않고 일 밖에 모르는 타입이라고도 한다. 주위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잘 챙겨주는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김 대표는 옵티머스에 들어오자마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전파진흥원) 기금을 유치해 레포펀드를 운영했다. 총 748억원을 투자받아 2018년3월경까지 운용했는데 옵티머스는 이 돈을 비상장사 사모사채 투자를 통해 성지건설 인수에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전파진흥원의 자산운용지침이 제시하는 신용등급에 미치지 못하는 채권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전파진흥원은 투자금을 이자까지 문제없이 돌려받긴 했다.

지난 2015년 ‘해외농업저널 제7호’에 실린 에코프라임 소개./해외농업자원개발협회


이번 사기 의혹을 받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는 2018년2월경부터 판매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옵티머스는 2018년 초 이러한 채권을 만들겠다고 언론에 알렸으며 2018년2월부터는 판매사인 증권사들과 협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법인과 개인에게 본격적으로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보유한 회사의 사모사채에 투자, 즉 돈을 대여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는데 돈을 받아간 회사들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옵티머스가 판매한 펀드는 약 1조5,000억원. 이중 5,172억원이 잔액으로 남은 상태고 환매 중단이 확정된 것은 1,300억원 수준이다.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은 부동산 물건 매입이나 부동산 시행, 상장사 투자 등에 쓰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다만 아직 5,000억원 중 절반 가량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서류 위조 주모자는 누구
이러한 펀드 사기를 주도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두고는 일종의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은 4명이 등장한다. 김 대표와 윤석호(사법연수원 41기) 옵티머스 이사 겸 법무법인 H 대표변호사, 옵티머스 2대 주주 겸 사모사채 발행사 대표 이동열씨, 옵티머스의 운용이사 송모씨 등이다. 앞서 검찰은 이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송씨를 제외하고 구속됐다.

김 대표는 시행 사업을 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이씨를 알게 됐고, 이씨에게 윤 변호사도 소개받았다고 알려졌다. 윤 변호사와 이씨는 오래전부터 형동생으로 지내온 사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옵티머스 사업에 깊이 관여하면서 동시에 옵티머스 주주도 된 것으로 보인다. 2018년2월 기준으로 이씨가 10만주, 윤 변호사의 부인 이모 변호사 10만주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옵티머스 펀드의 자금은 대부분 이씨의 회사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회사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펀드가 담고 돈을 내보내준 것이다. 이때 이씨의 회사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고 있다는 서류를 제시해야 했는데, 앞서 윤 변호사는 금감원의 조사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하는 역할을 했다’고 시인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사 윤석호 변호사(왼쪽)와 송모씨가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이날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며 송씨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연합뉴스


문제는 이후 윤 변호사가 ‘김 대표가 시켜서 한 것’이라고 진술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현재 윤 변호사와 이씨 측은 김 대표가 벌인 일이고 본인들은 소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씨가 받아서 사용한 펀드 자금은 500억원 가량이며 나머지 돈은 김 대표가 알아서 굴렸다는 게 윤 변호사와 이씨 주변 인물들의 주장이다. 펀드 자금이 들어간 추정되는 여러 기업들에 김 대표의 부인이 사내이사·감사로 등록돼 있는 점과 이 기업들을 중심으로 코스닥 기업 투자가 주로 이뤄진 점 등은 김 대표의 펀드 자금의 유출 경로를 전혀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게 한다.

최초에 김 대표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고 판매사가 현장 조사를 나갔을 때 ‘서류가 위조된 것을 처음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 대표 측은 윤 변호사가 진술을 뒤집은 후에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김 대표는 이를 전해듣고 주변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측근은 본지와 통화에서 “내부에서 펀드 문제가 터질 것을 인지했을 때 윤 변호사가 (김 대표에게) ‘부인이 민정에 있고 하니 막아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윤 변호사가 공모한 바가 있기에 함께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윤 변호사의 부인 이 변호사는 지난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들어갔다가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퇴직했다. 그러나 윤 변호사는 본지에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어 “김 대표가 언론 플레이하는 것일 것”이라며 “곧 다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기 사건과 관련해 옵티머스운용의 핵심 인물이었던 송 이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 진다. 김 대표가 서류 조작 등을 주도한 것이라면 송 이사도 이를 모르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옵티머스의 펀드 서류 작업은 김 대표와 송 이사 두 사람이 도맡은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송 이사는 이 전 대표 시절부터 근무하던 인물이다. 신영증권 출신으로 팀장직을 맡았다고 한다. 그런데 김 전 대표가 경영권을 차지한 이후 등기이사가 된다. 2018년2월 당시 회사 주식 3만5,000주를 가진 것으로도 나온다.

영업 도왔다? 자문단·고문단의 정체는
이 같은 펀드 설계, 판매에 회사 ‘자문단’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도 관심이 모인다. 양호 전 나라은행장(미국의 한인은행)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현 법무법인 서평 대표변호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최근까지 회사 홈페이지에 자문단으로 올라와 있었다.

최근 김 대표가 “자문단이 영업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드러나면서 이들은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미래통합당 소속 조해진 의원실이 9일 NH투자증권으로부터 제출받은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상품승인소위원회(상품승인소위) Q&A 녹취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고문님들이 여러분 계신다”며 “공공기관 매출채권 내지는 대기업 건설사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곳은 자문단·고문단이 영업을 많이 도와 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본인은 가서 프레젠테이션만 하고 실질적으로 영업은 고문단이 한다”고도 말했다.

드러난 자문단 네 사람 중 양 전 행장은 회사 경영에 깊숙이 관여한 사실이 있다. 김 대표는 사업가 B씨로부터 양 전 행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대표와 이 전 대표의 경영권 분쟁 초기인 2017년9월 등기이사가 됐다. 이후 옵티머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현재까지도 최대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등기이사는 2018년5월에 사임했다. 다만 양 전 행장은 본지에 “이번 펀드 사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내용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비상임고문이었는데 자꾸 이름이 거론되어 곤란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문단에 이름을 올리고 사내이사도 역임한 양호 전 나라은행장. 현재까지도 최대주주이다.


채 전 총장의 법무법인 서평은 “최근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옵티머스 측 문제에 대하여는 당 법무법인은 전혀 무관할 뿐만 아니라 옵티머스 측과의 자문계약도 이미 합의해지했다”며 “그 어떠한 영업 활동에 대하여도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 전 부총리와 김 전 이사장은 본지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김 대표가 NH투자증권과의 미팅에서 언급한 자문단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 네 사람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 대표가 해당 자리에서 ‘자문단’과 ‘고문단’이란 단어를 섞어서 쓴 만큼 별도의 유력 인사들을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 이러한 가능성을 암시하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 윤 변호사의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김 대표가 평소 “범행에 가담하지 않으면 정관계 인맥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했으며, 최근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정관계 인맥으로 2~3년 정도만 형을 살면 나올 수 있게 할테니 다 안고 가라”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섯 명 가량의 고액투자자 돈을 굴려주고 있다’고 말해왔다. 김 대표는 지난해 부산의 한 사업장에 해준 브릿지대출(Bridge Loan)로 이들에게 수백억원을 벌어주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이중 한 명에 대해선 ‘왕 회장’이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이 역시 자문단과는 별도의 인물들로 추정된다. 그가 이러한 투자자들을 매개로 유력한 정관계 인사들과 관계를 맺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권형·이혜진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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