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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맛 그대로…디자인 스튜디오의 모듈 주방 레시피

[디자인의 재발견-티오엠키친]

취향 따라 쉽게 고를 수 있게

세가지 라인 모듈 주방 출시

미니멀 디자인에 다양한 소재 조합

색상, 상판 등 원하는대로 선택 가능

'사용 안할때' 고려한 설계도 눈길

트롤리, 테이블 등 주방 가구에 '쏙'

티오엠키친의 모듈 주방 가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포스터. 3D 모델링 이미지로 라인별 모듈 주방과 트롤리, 붙박이 가구, 벽 선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장안동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스틸얼라이브’ 옥상에 오르면 작은 갈대정원 사이로 ‘티오엠키친’의 쇼룸을 만날 수 있다.


‘취향 맞춤’. 모든 가구 브랜드의 홍보문구에 빠지지 않는 단어다. 내 취향을 얼마나 잘 나타낼 수 있느냐가 가구 선택의 기준이 된 시대지만 오랜 기간 주방가구만큼은 설치된 대로 사용하는 ‘기본값’처럼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철거와 재설치라는 번거로움이 동반된다는 이유로 멀쩡한 주방을 교체한다는 건 일종의 ‘사치’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집이 나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면서, ‘나만의 주방’은 더 이상 ‘버려야 할 욕심’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외려 욕심 부릴 만한 대상이 됐다. 번거로운 노동일 뿐이던 요리도 즐거운 경험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 ‘요리할 맛 나는 주방’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푸하하하프렌즈, 지랩 등 유명한 건축 사무소가 찾는 디자인 스튜디오 바이빅테이블이 5년간의 연구 끝에 모듈형 주방가구 브랜드 ‘티오엠키친(TOM.K)’을 론칭했다. 스테인레스 다리로 포인트를 준 T라인, 나무의 결을 살린 오픈 포어 마감의 고급스러운 O라인, 라왕합판을 메인 재료로 사용한 레트로 무드의 M라인 등 세 가지 타입의 모듈형 주방과 패널과 색깔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트롤리, 원목 가구를 선보였다. 배달의민족 아카데미, 네이버 쿠킹스튜디오, 디자인 스테이 어라운드폴리 등 브랜드 공간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 주방을 좀 더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티오엠키친’을 찾았다. 회색빛 건물 옥상, 갈대 정원 사이로 노란 빛 조명이 티오엠키친의 쇼룸을 감싸고 있었다. 딱딱한 쇼룸 보다는 포근한 가정집 같았다. 센스 있는 집주인의 살림살이를 구경하는 기분이 들었다. 긴 사각형의 원목 테이블과 당장 집안에 들이고 싶은 의자까지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가구들이 자리한 그곳에서 정재운 디자이너를 만났다.


디자인 스튜디오가 왜 모듈 주방에 주목했을까?



티오엠키친의 쇼룸 내부. 스틸 소재와 우레탄도장 마감이 특징인 T라인(앞쪽 흰색 가구). 어떤 색이든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다.


스틸 소재가 돋보이는 티오엠키친의 모듈 주방 ‘T라인’. 철제 다리로 포인트를 줬다.






Q. 디자인 스튜디오가 론칭한 모듈 주방 브랜드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티오엠키친’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A. 개인의 행복과 취향을 중요시하면서 사람들은 집안 곳곳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실내 인테리어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방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주방은 한번 정해지면 바꿀 수 없을 것 같고 바꾸려면 너무나 복잡한 과정과 피곤한 선택사항들이 뒤따르기 때문에 주방가구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주방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담을 내려놓고 의자나 테이블 같은 ‘디자인 가구’를 구입하듯 소비자들이 주체적으로 주방을 계획하고 변화시킬 수 있게 주방 모듈 개발을 시작했다.

오픈포어(Open pore) 방식으로 자연 상태의 나뭇결과 질감을 살린 티오엠키친의 ‘O라인(검은색 가구)’. 무늬목의 유려한 곡선이 그대로 느껴진다.


Q. 티오엠키친이 무슨 뜻인가.

A. ‘Taste Of Material Kitchen’의 약자다. 재료 본연의 특징을 살려 디자인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주방가구는 미니멀한 디자인이 주류를 차지하기 때문에 가구를 만드는 재료 본연의 텍스처나 색깔이 곧 디자인과 전체 분위기를 만든다. 그 재료의 매력이 돋보이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주방은 사용성이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적절한 재료를 선택하는 것 역시 좋은 디자인의 요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T.O.M.Kitchen(티오엠키친)의 로고. M자에 선을 붙여 포크를 연상시킨다. 취향 맞춤 모듈 주방가구로 식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Q. 티오엠키친 로고 디자인도 눈길이 간다.

A. 로고에서 주방가구를 연상할 만한 요소를 던져주고 싶었다. 브랜드 이름을 정한 후에 T, O, M 을 나열해놓고 보니 T를 살짝 변형하면 수전처럼 보이겠다 싶어서 배열을 바꿔 봤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불현듯 M자가 포크의 형태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자연스럽게 식문화와 연계되기도 하고. 그렇게 M자를 강조하는 지금의 로고를 만들게 됐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주방가구, 재료 선택과 표현 방식 중요해



레트로한 무드의 ‘M라인’. 라왕 합판을 사용,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스테인레스 상판을 사용한 M라인. 차가운 소재와 따뜻한 소재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티오엠키친의 M라인. 스테인레스 밑에 원목으로 상판을 두겹 사용했다. 원목 상판 모서리를 사선으로 컷팅한 챔퍼가공이 특징으로, 익숙한 재료도 색다르게 사용해 디자인을 차별화시켰다.


인조대리석 상판을 적용한 M라인.


대리석 상판을 사용한 M라인. 색상, 상판 두께 등 원하는대로 선택 가능하다.


Q. T, O, M. 디자인 라인마다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이렇게 구분하게 된 기준에 대해 설명해달라.

A. 5년여간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해온 결과물들을 종합해봤다. 그동안 해왔던 주방 디자인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재료들과 디자인 디테일들을 크게 세 가지 갈래로 나눌 수 있었다. 스틸 - 우레탄도장, 무늬목 - 오픈포어, 라왕합판 - 챔퍼가공. 각각의 재료와 가장 조화로운 마감으로 디자인 라인을 먼저 구성했다. 이후 네이밍 과정에서 T, O, M 세 글자의 형태가 각각의 주방 모듈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파벳 T는 철제 다리, O는 오픈포어 무늬목의 곡선 무늬, M은 라왕 합판의 면과 선형 무늬를 떠오르게 했다. 각각의 모듈이 합쳐져 하나의 주방이 완성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재질의 주방 라인을 나타내는 글자가 합쳐져 TOM.K 라는 주방 브랜드를 완성시키는 의미도 담았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의자. 다리가 긴 홈바의자와 식탁의자, 두가지 타입으로 출시했다.




밝은 색상도 선택 가능하다.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M라인 테이블과 의자.


Q. 신규 브랜드 쇼룸과 장안동은 낯선 조합인데.

A. 일전에 함께 철제 주방을 개발한 인연이 있는 ‘레어로우’가 장안동에 철재 가공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공유 오피스 ‘스틸얼라이브’를 만들면서 사무실을 옮기게 됐다. 최대한 다양한 재료로 주방을 디자인해보고 싶던 차에, 철이라는 소재에 특화된 가구 브랜드와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마침 쇼룸이 필요하던 타이밍에 스틸얼라이브도 루프탑에 있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했고 그 공간을 지금 티오엠키친의 쇼룸으로 사용하게 됐다. 소비자의 접근성으로 보면 장안동이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오히려 낯선 감정이주는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동네에 상반된 분위기의 쇼룸, 반전 조합으로 ‘티오엠키친’이 더 강렬하게 각인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정돈된 주방의 시작은 사용하지 않을 때도 고려하는 것




철제가구 주방용 ‘톰스 트롤리’.




트롤리 앞쪽에 패널을 부착할 수 있다. 원하면 주방가구안에 넣어서 사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


Q. 철재로 개발한 주방 트롤리가 눈에 띈다.

A.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정말. 우리가 디자인한 주방과 어울리는 주방용 트롤리가 필요한 데 없으니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주방 가구를 설치할 때 프론트 패널을 재단해 기계 앞면에 붙일 수 있도록 제작되는 식기세척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주방용 트롤리 앞판에 본인이 고른 주방가구의 패널을 부착할 수 있게 설계해, 주방 가구와 하나의 세트처럼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트롤리만 따로 구매하더라도 기존 주방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는 게 포인트다. 트롤리 앞면에 붙이는 가구 패널 이외의 파트는 최대한 얇고 직각 형태를 잘 구현하는 재료를 사용하고 싶었기에 철재 가공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금속설계 및 제작 과정에서 철제가구 브랜드인 레어로우와 협업, 티오엠키친의 ‘톰스 트롤리’가 탄생했다.

내놓고 써도 예쁘지만, 주방가구 안에 넣을수도 있도록 설계된 톰스 트롤리. 패널과 색깔을 원하는대로 고를 수 있어, 기존 주방가구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사용하지 않을 때를 고려해 ‘잘 숨길 수 있도록’ 디자인된 테이블. 주방가구 안에 넣을 수 있어 공간 효율성이 높다.






Q. 트롤리나 테이블, 주방 가구 모두 사용하지 않을 때 ‘잘 숨길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A. 정돈된 느낌을 주려면 무엇보다 잘 수납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주방은 각종 조리기구와 그릇 등 어느 공간보다도 집기가 많이 필요한 공간이지 않나. 대부분의 고객들이 밥솥,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등 필수 주방기기들이 아무리 예뻐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주방 가구 안에 넣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든 가구들을 디자인 할 때 ‘사용하지 않을 때’를 한 번 더 생각한다. 트롤리는 내놓고 써도 예쁘지만, 원하면 주방가구 안에 넣어 사용할 수 있게 설계 단계부터 염두에 뒀다. 패널을 부착 가능하게 만든 것. 테이블도 마찬가지다. 주방가구 안에 접어 넣을 수 있는 모델을 따로 만들었다. 공간 효율성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옵션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Q. 그래서인지 주방 가전 업계에서 디자인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A. 요즘 가전 업계에서 가구에 숨기는 디자인이 화두다. 정수기,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등이 튀지 않고 주방 안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려면 주방가전을 설계할 때부터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방가전 업체에서 디자인 자문이 부쩍 늘었다. 최근 출시된 싱크대 빌트인 타입의 정수기가 출시된 것처럼, 애초에 주방가구 안에 넣을 것을 염두에 둔 가전제품 개발시도가 활발하다.


취향 따라 고른 주방을 3D 이미지로 먼저 만날 수 있어



티오엠키친 홈페이지에서 색상, 소재를 직접 조합해 3D로 먼저 만나볼 수도 있다(화면 왼쪽). 3D 모델링 이미지 오른쪽에는 실제 가구 사진을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티오엠키친 홈페이지에서 각 라인의 모듈 가구와 세부스펙, 디테일들을 확인할 수 있다.


Q. 사용해보지 않은 재료를 쓰는 건 그 자체로 큰 모험이다. 디자인, 설계, 가공 등 매번 새로운 도전인 셈인데 여기서 오는 피로감은 없나.

A.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철제 가구는 차가운 느낌이 있지만 내구성이 좋고, 목재 가구는 특유의 재질감과 따뜻한 감성이 있다. 다른 재료를 사용하면 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다음엔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주는 돌을 가공해 사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투명한 아크릴도 다양한 색상을 입혀 활용해보고 싶고.

Q. 쇼룸에 와보니, 잘 꾸며진 집에 초대받은 기분이다. 집주인이 궁금해지는 그런 공간이다.

A. 그렇다면 성공이다(웃음). 방문한 분들이 “우리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실 때 가장 뿌듯하다. 쇼룸을 꾸밀 때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이기 때문인 것 같다. 머릿속에 그리던 주방을 눈앞에서 실제로 보고, 사용해 보는 공간이기에 ‘집’처럼 따뜻하게 느껴졌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직접 요리하며 사용해 볼 수 있도록 쇼룸을 통째로 빌려주기도 한다. 주방은 직접 써 보는 게 중요하니까. 운영시간이 끝난 평일 저녁과 주말에 한해 예약제 대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프라이빗한 모임 장소를 찾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문의가 늘었다.

주방 벽선반. 예쁜 찻잔이나 소품을 올려놓기 좋다.


Q. 이미 티오엠키친의 영역은 주방을 넘어 집 전체로 확장 중이다. 모듈형 소파도 개발 중이라고.

A. 현재 소파, 침대 등 다양한 모듈 가구를 협업 형태로 개발 중이다. 주로 코리빙이나 디자인 스테이를 위한 가구들이다.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 동시에 각 공간에 맞게 사용자가 스스로 조합할 수 있는 모듈화가 필요한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티오엠키친의 가구를 경험한 고객들이 만족하고 ‘이 가구는 어디 걸까’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머물고 싶은 공간에서 발견한 ‘취향 맞춤 가구’로 티오엠키친이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집안 곳곳에 스며드는 모듈 가구들을 선보이고 싶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사진제공=티오엠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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