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를 이끌고 있는 성장주 질주의 이면에는 무형자산의 가파른 증가세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 등으로 축적해온 특허와 지식재산권·영업권 등 각종 ‘보이지 않는 가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신산업에 대한 경쟁력으로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지난 10년간 무형자산이 234배나 급증한 카카오의 주가는 불과 넉 달 만에 2배 이상 뛰었고 삼성전자·네이버 등을 비롯한 대장주들도 무형자산의 가파른 증가세와 함께 주가 역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산업구조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 국내 기업들이 ‘초격차’ 전략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무엇보다 무형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경제가 15일 금융정보분석 업체 딥서치에 의뢰해 현재 시가총액 10위 내 기업의 무형자산 합계를 조사한 결과 2009년 2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3조원으로 30조원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1조2,000억원에서 20조원으로 늘었고 카카오도 15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주요 기업의 증가율을 보면 카카오가 2만3,441%로 가장 높았으며 삼성전자(1,548%), 셀트리온(1,400%), LG화학(1,261%), 삼성SDI(1,091%), SK하이닉스(456%), 네이버(442%) 등도 지난 10년간 무형자산이 크게 늘어났다. 무형자산은 토지 및 건물·생산설비 같은 유형자산과 달리 형체가 없는 자산으로 특허와 브랜드가치, 영업권, 소프트웨어(SW), 회수 및 측정 가능한 R&D 비용 등을 말한다. 특히 최근 급등한 성장주(IT·바이오·배터리)들은 카카오처럼 M&A를 통하거나 R&D 투자 확대로 무형자산을 늘린 것으로 파악되며 최근 주가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무형자산이 줄거나 큰 차이가 없었던 포스코와 한전 등 전통적 제조기업들은 시총 순위가 크게 하락해 주가와 무형자산 증가율 간의 뚜렷한 개연성이 확인됐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대의 큰 흐름이 변할 때는 어떤 식으로든 산업이나 기업의 ‘평가기준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이 이뤄지게 마련”이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성장주의 가치평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과연 무엇이 성장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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