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35위(304.1야드), 그린 적중률 16위(70.91%), 라운드당 평균 버디 10위(4.34개), 평균타수 6위(69.39타), 홀당 평균 퍼트 15위(1.715개).
새롭게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욘 람(26·스페인)은 장타와 정확도를 겸비해 단점을 찾기 어려운 선수다. 유일한 단점으로 꼽히던 다혈질의 성격도 지난해 12월 결혼 후 다소 차분해진 그가 얼마나 ‘넘버 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람은 20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총상금 93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를 친 그는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 라이언 파머(미국·6언더파)를 3타 차로 제쳤다.
16번홀(파3)이 최고 하이라이트이자 논란의 장면이었다. 한때 8타 차 리드를 지키던 람은 3타 차 추격을 허용한 상황이었다. 람의 티샷이 그린을 넘어가 왼쪽 러프에 놓였다. 볼이 풀에 잠겼고 홀 위치가 그린 뒤쪽이라 볼을 떨굴 여유가 거의 없었다. 타수를 잃을 위기에서 환상적인 샷이 나왔다. 살짝 띄운 볼은 지면에 떨어진 뒤 홀 속으로 굴러 들어가 버디가 됐다. 2012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이 대회 통산 5번째 우승 당시 같은 홀에서 높이 띄우는 플롭 샷 버디에 성공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이 샷의 준비 과정에서 클럽헤드를 볼 뒤쪽에 댔을 때 볼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경기 종료 후 2벌타가 주어져 결국 이 홀 스코어는 버디에서 보기로 바뀌었다. 3타 차 우승이라 결과적으로는 승패가 뒤바뀌지는 않았으나 즉시 벌타가 부과됐다면 람과 추격자 파머에게 서로 다른 심리적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해 보였다.
람은 이날 우승에 힘입어 생애 첫 세계 1위 등극을 확정했다. 스페인 남자선수로는 스페인 영웅 세베 바예스테로스 이후 31년 만이다. 2011년 세상을 떠난 바예스테로스는 1989년 8월 중순까지 세계 1위를 지켰다. 스페인 바리카 출신 람은 고교 졸업 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시절 11승을 거두며 최고 남자 아마추어 선수에게 주는 벤 호건 상을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받은 실력파다. 2016-2017시즌 PGA 투어에 입성해 이번 우승까지 4시즌 동안 매년 1승씩 통산 4승을 거뒀다. 유럽 투어에서는 6승을 기록 중이고 2017년 신인왕, 2019년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람은 경기 직후 대회 주최자인 ‘전설’ 잭 니클라우스(80·미국)로부터 축하 인사와 함께 16번홀 칩샷에 대해 “믿어지지 않는 샷”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람은 2벌타 문제에 대해 “그 샷에서 아무 것도 빼앗지 못할 것이고 오늘 우승에서도 아무 것도 빼앗지 못할 것”이라며 의도가 없었음을 강변했다. 이날 람이 받은 우승상금 167만4,000달러(약 20억원)는 니클라우스가 PGA 투어 통산 72승 등으로 받은 생애 총상금 573만달러의 약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교포선수 케빈 나(미국)가 1언더파로 9위에 올랐고 김시우(25·CJ대한통운)는 2오버파 공동 18위에 자리했다. 5개월 만에 공식 경기를 치른 통산 82승의 우즈는 이날 4타를 잃고 공동 40위(6오버파)로 마감했다. 최다승 기록 사냥이 불발된 우즈는 다음 출전 계획에 대해서는 “곧 보자”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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