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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내홍 깊어지나...金위원장, 금기시됐던 '정파'까지 거론

뿌리깊은 노선 갈등 '사회적 합의' 계기로 민낯 드러내

"공식 의사결정 과정 무력화 안돼...투명한 논의구조 필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0일 유튜브에 게시된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결정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특정 정파가 ‘원포인트 사회적대화’ 합의문에 서명하지 말라고 압박한 정황을 설명하고 있다. /민주노총 유튜브 캡처




‘원포인트 사회적대화’ 합의문 승인 여부를 놓고 민주노총의 계파 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회적대화에 유화적인 민주노총 지도부의 토론회를 반대파가 ‘보이콧’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직접 반대파의 주장에 맞서 금기시됐던 정파 문제까지 폭로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민주노총 내부의 뿌리 깊은 정파 갈등이 노사정 합의문 승인과 차기 위원장 선거를 계기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은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문을 놓고 대의원 찬반 토론회를 열었지만 반대 측 대의원은 한 명도 참가하지 않았다. 오는 23일 노사정 합의문 승인을 결정하기 위해 소집된 대의원대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만큼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강경파의 비판을 받아들여 오프라인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정작 토론회가 열리자 거부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사회자가 반대 측의 주장을 물어보면 찬성 측 대의원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2시간 예정이었던 토론회도 1시간으로 줄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반대 대의원의 신청도 받았지만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강경파의 토론회 보이콧은 합의문 승인을 추진하는 지도부에 대한 반항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과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등 민주노총 강경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노사정 합의안 폐기를 요청하는 성명에 대의원 810명이 서명했다며 지도부가 개최하는 토론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정기대의원대회 기준 민주노총 대의원은 1,435명으로 과반의 숫자다. 강경파들은 고용유지에 강제성이 없는 합의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이 중앙집행위원회의 대의원대회 철회 요구를 묵살하고 졸속적인 전자투표 방식의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여론전은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유튜브에 게시된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결정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민주노총의 특정 정파가 서명을 앞둔 노사정 합의에 대해 교섭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고 폭로했다. 김 위원장은 “67개 최종안 중 문제가 제기된 4개 조항에 대해 민주노총 대표인 제가 노동부 장관과 담판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중앙집행위원회의) 정회를 선포했다”며 “그런데 위원장실에서 교섭 팀과 논의를 하는데 갑자기 부위원장 중 한 명이 들어와 구체적 정파 이름을 대면서 장관을 만나지 말라고 통보하듯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안팎에서 금기시되는 ‘정파’ 문제를 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것은 그만큼 양측의 갈등이 첨예하다는 방증이다.

민주노총의 임시 대의원대회가 오는 23일 예정된 가운데 21일 열린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 최종안’에 대한 대의원 찬반 토론회에서 대의원들이 찬성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반대 대의원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로 생중계 됐다. /민주노총 유튜브 캡처




민주노총의 정파 갈등은 출범 당시인 1995년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업종별 회의 등 4개 노동단체가 모여 1994년 발족한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가 모태다. 1995년 11월11일 이름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으로 바꾸며 공식 출범했다. 범 운동권인 민중민주(PD)·민족해방(NL)이 모였기 때문에 노선 투쟁이 벌어졌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민주노총의 정파를 이해하기 위해 현장·중앙·국민파의 기준을 사용한다. 현장파는 ‘현장에서의 투쟁’을 강조하며 PD를 뿌리로 한다. 금속·공공운수노조를 중심으로 포진해 있다. 국민파는 NL이 중심이며 ‘국민 속의 노동운동’을 지향해 사회적 대화에 유화적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민파로 분류된다. 중앙파 역시 범PD인데 중앙 집행부 조직에서 주로 일한다는 뜻과 현장·국민파의 중재를 담당한다는 뜻 두 가지를 포함한다.

결국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현장파가 국민파인 김 위원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전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는 “김 위원장의 말은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정파 조직이 공식적 의사결정 과정을 무력화시키는 데 대한 비판으로 한번은 공론화돼 민주노총도 투명한 논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올해 임기가 종료되는 김 위원장을 현장파와 국민파 일부가 의도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차기 위원장 선거의 핵심은 또다시 사회적대화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번 합의에 대한 비판이 집중될 경우 현장파가 득세하면서 국민파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현장파와 국민파가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투표 결과는 예단하기 힘들다. 2월을 기준으로 현장파가 많은 금속·공공운수·전교조 몫의 대의원은 총 707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다만 강성 산별 내에도 사업장을 중심으로 ‘합의문을 승인해야 한다’는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승인하지 못하면 민주노총은 또다시 제1노총으로서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과연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자에게 지지받고 있는지, 특수근로종사자와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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