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내년 4월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한다는 소신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지금부터 당내에서 논란을 벌이는 건 현명하지 않다”며 ‘무공천’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21일 오전 전파를 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부겸 전 의원은 대선까지 흐름을 놓고 본다면 (재보궐선거는) 포기할 수 없다, 전당원 투표라도 해서 공천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는데 어떤 생각이시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며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는데, 다음의 문제, 뒤에 오는 문제, 뒤에 오는 것을 먼저 끄집어내서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내년 4월에 있을 선거에 대해 현 시점에서 주장이 오가는 것이 부적절하는 취지로 읽힌다.
이 의원은 “공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연말쯤 될 것”이라며 “그걸 몇 개월 끄집어 당겨서 미리 싸움부터 하는 것이 왜 필요할까, 다른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책임 있는 처사인가, 그런 관점에서 당내외의 지혜를 모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원칙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묻자 이 의원은 “일의 순서 문제”라며 “그것을 몇 개월 전부터 다른 할 일을 제치고 먼저 토론하는 것, 논쟁하는 것은 썩 지혜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대화 중 특정인의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의원이 내놓은 “미리 싸움부터 하는 것이 왜 필요하느냐”, “다른 할 일은 제치고 먼저 토론하는 것은 썩 지혜롭지 못하다” 등의 비판이 20일 ‘무공천’ 발언으로 당내 파장을 일으킨 이 지사를 조준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앞서 이 지사는 전날 전파를 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인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 정치는 어떠하나.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를 내게 되면) ‘또 거짓말 하는구나’ (하며 국민들이) 안 믿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민주당)가 그렇게 말도 아니고 규정으로,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에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지 않느냐”며 “그러면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이걸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당원이나 민주당 지지자분들이 보시면 저를 무책임한 소리가 아니냐 하겠지만, 당연히 엄청난 손실이고 감내하기 어려운 게 분명하다. 그래도 국민한테 약속을 했으면 공당이 문서로 규정으로까지 약속을 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이 지사의 ‘엘리트 대 흙수저 구도’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반박하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그 당시에 다 어렵게 살았다. 저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며 “제가 서울대학 나온 것을 그렇게(엘리트) 말씀하신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서 뭐라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가지고 논쟁한다는 게 국민 눈에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차기 대권 구도가 이 의원과 이 지사 양강구도로 바뀌고 있는 것에 대해선 “민심은 늘 움직이는 것”이라며 “(이낙연 대세론이 어떻게 앞으로 흘러갈 것인가 하면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평론가들의 일”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7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낙연 의원은 23.3%, 이재명 경기지사는 18.7%로 집계됐다. 두 사람의 격차는 4·15 총선 이후 처음으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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