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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경제]사람 냄새나는 점포가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 '디지털' 뒤에 숨은 최저임금폐해

미국 시애틀의 무인 점포 아마존고 모습./연합뉴스




미국 시애틀에는 무인 매장인 ‘아마존고’가 있습니다. 이곳엔 점원이 없습니다. 대신 매장 내 설치된 카메라로 고객과 상품의 움직임을 추적해 상품이 상점 밖으로 나갈 경우 이용자가 사전에 다운로드한 모바일 전용 앱을 통해 자동결제 처리하는 구조입니다. 점원이 없다 보니 식료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게 이점입니다. 또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돼 쇼핑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1~2년 새 ‘점원이 거의 없는 점포’가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커피·햄버거 프랜차이즈 등 주위 점포를 보면 무인계산대가 들어서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게 과연 줄 서는 데 따른 불편함을 줄이고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용도인 지 체감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무인계산대를 투입하고 난 뒤 제품 가격을 내린 점포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무인계산대 보편화 현상은 최저임금 급등이 큰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최저임금이 올해까지 최근 3년간 32.8%(2,120원)가 올랐고, 내년에도 1.5%가 또 오릅니다. 비용 부담에 짓눌린 자영업자로서는 직원을 그대로 유지하기 보다는 차리리 무인 계산대를 들여놓고 직원을 줄이는 쪽으로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추세가 이제 보편화 됐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한 햄버거 매장에 설치된 무인 계산대. /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가 동네슈퍼를 지원한다며 ‘스마트 슈퍼’를 보급한다고 합니다. 스마트슈퍼는 낮에는 사람이, 밤에는 기계로 운영하는 점포라고 합니다. 올해 5개 점포를 뽑아 스마트 게이트(출입인증장치), 무인계산대, 보안시스템 등 스마트경영을 위한 장치·시스템을 지원하고 점포 경영기법을 컨설팅한다고 하네요. 잘 만 되면 올해 5곳을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대상 수를 확대한다고 합니다.

정부는 ‘점주에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란 설명을 내놨지만 골목골목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이 다 들어서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 ‘밤에 기계로 운영되는 슈퍼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스마트 슈퍼는 결국 편의점 콘셉트의 슈퍼로 기존 슈퍼를 구조조정 하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사실 정부가 스마트 슈퍼를 굳이 확대하지 않아도 ‘스마트’란 용어로 포장된 ‘사람 없는’ 점포는 이미 대세가 됐습니다.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연착륙시키려면 이런 스마트화도 필요하겠지만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줄여줄 개선 방안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나마 사람 냄새 나던 점포도 ‘스마트’라는 미명으로 직원을 내보는 일이 빈발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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