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아, 오빠가 데리러 올게, 달이 100번 바뀌기 전에 꼭 데리러 올게”
오빠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가장이 되고서야 오래 전 헤어진 동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긴 시간 돌고 돌아 결국 재회하게 된 남매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지난 2일 방송된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극본 양희승·안아름/연출 이재상) 75, 76회가 극적 남매 상봉과 함께 시청률 32.1%, 35.6%(닐슨코리아/전국)으로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KBS 주말극이 시청률 35%를 넘은 것은 지난해 9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최종회(35.9%) 이후 처음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천호진(송영달 역)과 이정은(강초연/송영숙 역)이 서로를 부르며 눈물로 재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영숙아”, “오빠”라고 부르며 마주 선 두 사람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서로를 꽉 껴안았다. 이 때 헤어질 당시 어린 남매의 모습과 현재의 만남이 교차되는 장면은 그동안 그리운 감정을 꾹꾹 눌러왔을 이들의 마음을 극대화했다.
씩씩했던 강초연은 오빠 앞에선 여린 동생으로 돌아가 “왜 날 버렸어, 왜 안데리러 왔어”라며 눈물을 흘렸고, 이에 오빠 송영달은 “네가 죽은 줄 알았다. 미안하다. 오빠가 잘못했다”며 동생을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뒤이어 초연은 “늦었지만 오빠 약속 지켰어요. 나 데리러 온다는 약속”이라며 힘들었던 남매의 지난 시간을 다독였다. 그리고 어렸을 때처럼 오빠 어깨에 기댄 채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천호진과 이정은의 절절한 눈물 연기는 보는 이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했고, 남매의 애틋함을 배가시켰다. 시청자들은 영달과 초연이 친 남매라는 사실을 극 시작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이들의 곧 재회할 것이라 예상했음에도 두 사람의 생생한 연기에 눈시울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극 중 천호진은 동생과의 약속을 가슴 한켠에 품고 꿈 속에서도 동생을 찾아 헤맸던 오빠 영달로, 이정은은 가족 사진과 엄마의 손수건을 간직한 채 그 때 그 시간에 머물러 오빠를 기다려온 동생 초연으로 완벽 변신했다. 두 사람의 안정적인 연기와 캐릭터 구현은 절정에 달했고, 결국 남매 상봉에서 빛을 발했다.
한때 영달과 초연의 만남이 지지부진한데다 만날 듯 만나지 못하고, 계속 엇갈리면서 답답함을 불러 일으킨다는 말도 적지 않았다. 특히 드라마가 초연이란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평까지 나왔다. 당당하고 시원시원해 사이다 같은 성격으로 통했던 김밥집 사장 초연이 갑자기 나타난 홍연홍(조미령 분) 앞에서 맥을 못추고, 순진해서 당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지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두 사람의 극적인 만남과 앞으로 펼쳐질 꽃길을 위한 하나의 장치였다.
센 캐릭터(센캐)에 걸 크러쉬함이 도드라졌던 초연은 실은 한없이 여렸다. 정도 많고, 배려심도 깊은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유흥업소를 운영했던 초연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강한 모습을 자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밥집 사장으로 용주시장 사람들과 지내면서 가족 같은 시장 분위기에 젖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유약한 내면을 표출하게 됐다. 초연은 애초부터 반전 매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는 ‘강초연’을 통해서 남매의 절절한 우애뿐만 아니라 중년의 사랑과 직업에 대한 선입견,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일어나는 갈등과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이를 무리 없이 그려냈다. 그러면서 ‘권선징악’이란 변치 않는 고전 주제까지 담았다.
배역과 혼연일체된 배우들의 열연과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족의 의미를 일러준 ‘한다다’. 남매 상봉 이후 초연의 모습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송가네 식구들과는 어떤 환상적인 케미를 만들어낼지 남은 이야기에 기대가 쏠린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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