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션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꺼내 쓸 수 있는 기술 특허를 보유한 ‘이너보틀’이 글로벌 화장품 회사를 대상으로 25억원 규모의 첫 수출을 시작한다.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차별화된 특허 기술로 수십억원의 투자를 받은데 이은 또 하나의 성과다. 창업 3년 차 지식재산(IP) 기반 기술 업체가 대규모 수출과 투자를 이끌어 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너보틀은 최근 수십억원 규모 시리즈A(초기 투자) 펀딩을 완료했다. 인정받은 기업가치만 1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유치에 이어 영국계 글로벌 화장품 회사에 제품도 수출한다. 이너보틀 관계자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고 결과를 인정받아 영국 화장품 회사로 100만개(25억원) 가량 친환경 내용기 납품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너보틀은 변리사 출신 오세일 대표가 2017년 창업한 IP 기반 업체다. 기존 화장품 용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내용물을 사용할수록 수축하는 내용기를 개발했다. 점성이 큰 내용물도 남김없이 사용할 수 있어 재활용과 친환경 사용이 모두 가능해 호평받고 있다.
회사는 IP 개발에 ‘올인’해왔다. 창업 3년째지만 출원한 특허만 13개다. 주력 특허 기술은 내용기에 내용물을 남김없이 전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용기 장치다. 기존 화장품 용기와 달리 내용물을 쓸수록 내용기가 함께 줄어들어 잔여 화장품을 모두 쓸 수 있다. 내용물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용기가 버려지는 경우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지속 가능한 패키징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타고 이너보틀은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과 친환경 용기를 위한 기술 개발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수출 계약을 맺은 영국계 화장품 회사 외에도 대형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과 용기 개발, 수출 논의를 현재 진행 중이다.
특히 지금은 화장품 용기를 대상으로 기술 개발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샴푸, 세정제 등 각종 생활용품으로 기술 확장도 가능하다. 내용기 제작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이 아니라 이너보틀이 직접 만들고 있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너보틀은 혁신적 친환경 패키징 기술을 기반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특허 기반으로 풀어낸 업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제품을 자체 생산해낼 수 있는 역량을 다지게 됐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높은 기술 수준을 인정받은 만큼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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