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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차임증액청구권'까지 쓸까…임대료 ‘5%룰’ 대응무기 찾는 집주인

임대차법 차임증액청구권 규정 재주목

"세금 등 늘면 임대료 증액 요구 가능" 주장 나와

법조계 "증액 청구해도 임차인 동의 필요"

'법원서 증액 인정 여부 미지수' 지적도

"앞으로 분쟁 더 늘어날 것"

지난 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




“2년 계약이라도 1년마다 보증금 인상 요구 가능한 거예요. 임대인분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런 규정이 있다면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네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임대료를 올리기 어려워지면서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에 가까운 ‘차임증감요구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금이나 공과금 등이 오르면 임대료를 올릴 수 있고, 그 시기도 1년에 한 번은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집주인이 계약 기간 내 합법적으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니냐는 것이다.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는 경제 여건이 변해 계약 당시 정했던 차임이나 보증금이 적절하지 않게 될 경우 이를 서로에게 올리거나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른바 ‘차임증감청구권’이다. 증감범위는 기존 임대료의 5% 이내다. 청구권을 쓸 수 있는 기간으로는 법규상 “계약이나 보증금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1년에 한 번씩은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만약 계약 후 4년 차에 접어들기 전까지 1년에 한 번씩 5%를 인상하면 이론상 3번, 15% 이상의 임대료 상승을 요구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특히 임대인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차임증액청구권이 대법원이 판례상 임차인의 동의가 필요없는 권리(형성권)라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여기에다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조세’와 ‘공과금’도 청구할 수 있는 사례로 적시돼 있어 일각에서는 매년 수십 퍼센트 씩 상승하는 보유세 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정작 법조계에서는 차임증액청구권이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임대인의 증액 요구를 임차인이 그대로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게 공통적인 설명이다. 최광석 로티스 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형성권은 주장을 하면 곧장 권리가 된다는 의미인데 차임증액청구권이 형성권이라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이 같은 형성권을 주장하는 게 맞느냐 아니냐, 어느 정도가 적정한 액수이냐는 법원의 판단을 거쳐 정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대료를 올리자는 요구를 임차인이 거부하면 결국 법원으로 가서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서울경제DB


실제 대법원 판례에는 임대차 기간 중에 당사자 한쪽이 차임을 변경하고자 할 때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호 협의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 법원이 물가 상승요인을 고려해 정한 적정한 액수의 차임에 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에서 임대료 증감 청구가 적법한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그 효력 자체는 법원 판결 시점과 상관없이 임대인이 증액 청구를 했을 때부터 유효하다는 게 1974년 이후 유지된 판례다. 만약 계약서에 세입자가 임대료 증액에 이의를 달지 않기로 명기하더라도 효력은 없다. 대법원은 과거 이 같은 사건에서 “약정 사실은 인정되지만 임대인에게만 차임증액 청구를 인정하는 약정이라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차임 증액청구의 실익 자체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 변호사는 “결국 협의가 안되면 법정에 가야 하는데 이때 인지대, 송달료에 적정 인상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감정비 등의 비용은 물론 재판에 걸리는 시간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1년에 한 번씩 임대료를 증액할 수 있는 권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이런 문제 때문에 차임증감청구는 상가나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사문화됐다”고 했다.

만약 법원까지 간다 하더라도 인정해주는 증감 범위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수호 르네상스 대표 변호사는 “차임 증감요구권의 취지는 임대차 기간 중간에 발생하는 갑작스런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한쪽의 피해를 줄여주 자는 것”이라며 “이에 90년대 말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환경 변화도 인정받지 못한 판례가 있을 정도로 법원에서는 차임 증감 사유를 좁게 판단하고 있다”며 전했다. 정 변호사는 다만 이같은 임대차 관련 논의와 관련 “주택임대차 제도가 바뀌면서 앞으로 임차인들과 임대인들의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며 “비단 차임 증감요구권 뿐 아니라 임대차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더욱 많아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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