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나흘 연속 전 고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또다시 증시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한방’을 노리고 하락폭의 두 배 수익을 추구하는 ‘인버스’ 상품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연속 상승한 지난 4거래일 동안 ‘KODEX 200선물인버스 2X’ 상장지수펀드(ETF)를 1,229억여원어치나 사들였다. 카카오(035720)(4,547억원), SK하이닉스(000660)(4,391억원), 삼성전자(005930)(4,086억원), LG화학(051910)(1,450억원)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규모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이 코스피지수 상승폭의 두 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 ETF를 각각 1,538억원과 493억원씩 사들인 것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비슷한 상품인 ‘KODEX 인버스(114800)’와 ‘TIGER 200선물인버스 2X’에도 개인투자자 자금이 366억원과 43억원 유입됐다.
개인투자자들은 현재 2,300선인 코스피가 연초 수준인 2,100선으로만 하락해도 20% 가까운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곱버스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7일 기준 코스피는 4.47%나 올라 2,350선에 안착하며 나흘 연속 연고점을 갱신했다. 같은 기간 ‘KODEX 200선물인버스 2X’의 수익률은 -8.43%를 기록 중인 반면 하반기 실적 눈높이가 높아진 성장주 LG화학은 7거래일 연속 상승해 41.56%가 올랐다.
개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코스피가 저점을 찍었던 3월 이후에도 ‘곱버스’를 대거 사들였다. 3월19일 이후 개인투자자는 KODEX 200선물인버스 2X를 3조1,629억원어치나 사들였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경기침체로 코스피지수의 추가 조정을 기대하며 매수했지만 이후 지수가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코로나19 초기 인버스에 투자한 개인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했고 ‘비자발적’ 버티기에 돌입한 투자자도 속출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동학개미운동’이 초기에는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중장기 투자의 모양새를 보였지만 4월 이후 인버스와 유가 등 변동성 큰 상품에 투자한 탓에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5월 괴리율이 확대되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던 원유와 천연가스 상장지수증권(ETN)에 최근 다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달 4~6일 개인투자자는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선물’ ETN에 18억원을,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과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에 각각 26억원과 2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와 우선주 등 급등주로 재미를 본 개인투자자가 늘면서 변동성이 큰 종목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게 된 것 같다”며 “다만 최근 주식시장은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에 보다 현명하고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8월 국내 증시 약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승한 유화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글로벌 증시의 주가수익배수(PER) 밸류 등은 부담요인이지만 미중 갈등이 무역합의 파기로 격화되지 않는다면 연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와 달러 약세 등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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