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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후폭풍 다 알고도 '땅땅땅'…뭐가 그리 급했나

<본지, 국토부 보고서 입수>

'상한제 땐 전세 5.5만가구 증발'

국토부, 4년전 정치권에 보고

부작용 줄이려는 노력도 없이

정책 문제점 알고도 밀어붙여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임대차 3법 등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5년 말 전월세 임대료 인상폭을 5%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할 경우 5만5,800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 공급물량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학술연구 자료를 여야 정치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보고된 연구자료를 보면 제도 시행 후 임대료 상승, 임대주택 공급 감소, 전세의 월세 전환 심화 등 시장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올해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관계기관 협의 등 이미 지적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 없이 제도 시행을 몰아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주택학회 및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5년 8월부터 ‘민간임대주택시장에 대한 임대료 규제의 효과 등 연구용역’을 실시해 그해 12월8일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에 보고했다. 당시 서민주거특위에는 김현미 현 국토부 장관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당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2+2년의 계약갱신청구권과 갱신 시 상한폭 5%로 제한 등 현재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경우 임대료가 추가로 최대 9.96%까지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용역은 한국주택학회가 수행했다.

당시 보고서 내용을 보면 전월세 기간 4년, 임대료 인상 상한 5% 규제를 도입하면 4년 뒤 신규 계약 시 규제가 없었을 때보다 임대료가 더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대인들이 원래 받을 수 있는 가치와 현재 가치의 격차가 큰 만큼 다음번 신규 계약 때 임대료가 한꺼번에 오르는 논리다. 예를 들어 시장의 규제가 없을 때 자연스러운 임대료 상승률이 5%라면 규제를 적용할 경우에는 4년 뒤 5%의 상승률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적게는 3.24%포인트, 많게는 4.73%포인트의 추가 임대료 상승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시장의 자연스러운 임대료 상승률 5%에 추가 상승분까지 포함해 결국 8.14~9.73%의 상승률을 반영한 임대료가 형성된다는 의미다. 연구를 총괄한 정의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시장이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거나,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전월세상한제 도입 후 임대료 상승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통제할수록 시장 왜곡…임대주택 줄어들 것" 이미 경고


◇“전월세 전환율 규제는 상한제보다 더 강한 규제”…임대주택 감소 지적=연구 보고서에서는 특히 최근 추가 규제로 여권에서 논의하고 있는 전월세 전환율 인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월세 전환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규제할 경우 5%로 제한된 전월세상한제보다 더 심각한 가격규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가격규제로 시장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10%의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한 사례로 분석했다. 지방의 단독주택시장의 경우 법정 상한율(4%)보다 높은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해서다. 통상 4억원의 전셋집을 보증금 2억원에 연 2,000만원(전환율 10%)에 임대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을 때, 이를 전환율 5%로 줄이라고 하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연 2,000만원이던 임대료가 1,000만원으로 뚝 떨어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4억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2억원에 연 1,000만원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2억원·2,000만원을 연 5% 전환율로 역산해 전세 6억원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결국 전월세 전환율로 시장을 규제할 경우 지방의 빌라나 단독주택(비아파트) 시장에서 큰 문제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소득이 없어 비아파트에서 전세로 주거생활을 하는 노년 가구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권에서는 임대차 3법의 후속 조치로 전월세 전환율을 현행보다 낮추고, 동시에 신규 임대차 계약 시에도 임대료 상한제 5%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이처럼 가격규제가 강화될수록 시장 왜곡이 심해져 임대주택 공급량이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연구진은 “만약 4년에 한 번이라도 임대인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올릴 수 있다면 임대주택 공급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와 달리 임대료를 충분히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임대주택 공급 자체가 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임대인이 현재 가치를 100% 반영하지 못하고 95%만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임대주택의 순공급량은 1년 동안 3.34%, 2년6개월 동안 8.36% 감소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를 2010년 1·4분기부터 2012년 2·4분기까지 실제 공급량에 대입하면 공급 감소량은 5만5,800가구다.

전세매물 '0'·임대료 급등 현실화…"준비부족 아니냐" 논란거세




◇전세 매물 실종, 임대료 급등 등 세입자 피해 속출…현실로 나타나는 ‘시장의 역습’=당시 국토부의 연구 보고서 내용은 상한제 및 갱신청구권 도입과 맞물려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서울 주요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0’인 단지가 속출하는가 하면 전세가 상승률도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8월 첫주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0.17%로 5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상승률은 전주 0.24%에서 0.30%로 상승폭을 높였다.

예상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의 제도 시행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작용이 있더라도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제도를 시행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시장 구조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협의 과정이 없었던 아쉬움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정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 주관으로 임대차 규제와 관련한 별도의 학술 연구용역을 실시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2015년 국토부의 연구용역은 부작용이 과장됐다고 지적하며 전월세상한제와 갱신청구권으로 인한 추가 임대료 상승이 1%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법무부 주관 연구에서도 “계약 기간 종료 후 다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까지도 상한율을 제한한다면 당사자 간 계약의 자유 원칙을 과도하게 해치는 것이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큰소리친 공공재개발 2만가구 공급마저 '허수'되나


주택 공급량 뻥튀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공공재건축’뿐만 아니라 ‘공공재개발’ 역시 허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부터 새롭게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아야 하지만 주민 동의율은 물론 건물 평균 노후도 등 서울시의 까다로운 정비구역 지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제 이후 신축 건물이 많이 들어섰다면 이를 맞추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현재까지 15곳 이상이 관심을 갖고 참여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설명회를 개최해 올해 안에 후보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뉴타운 해제지역이나 정비구역 일몰 구역 등이 공공재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문제는 서울시가 지난 2015년 ‘주거정비지수제’를 도입하면서 정비구역 지정 문턱을 높였다는 점이다. 특히 노후도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는 없었던 신축 건축물 비율이 추가됐고 노후 건물 수와 연면적을 모두 평가하도록 했다. 도시정비법 시행령에 따른 노후도 최소 기준은 건물의 3분의2 이상, 연면적의 60% 이상이 노후 건물이어야 한다. 100점 만점에 노후도가 차지하는 점수는 주민 동의 비율(40점) 다음으로 높은 30점이다.

뉴타운 해제지역이 처음으로 나온 것은 지금으로 8년 전인 2012년.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뉴타운 해제지역에서는 재개발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신축 빌라나 주택의 난립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번에 공공재개발 방안이 발표된 후 뉴타운 해제지역이 들썩였지만 이러한 신축 건물이 많은 지역은 사실상 정책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서울 주택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꼽혀온 뉴타운 해제가 공공재개발의 발목까지 잡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의회의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정비구역 해제로 사라진 새 아파트 물량은 총 24만8,893가구에 이른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역시 해제지역보다는 신규 정비예정구역의 사업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정책 발표에서 공개된 공공재개발 공급 물량 2만가구는 서울 시내 정비예정구역 22곳을 시뮬레이션해 나온 수치로 확인됐다. 서울 주요 정비예정구역은 4대문 내 한양도성 도심부를 비롯해 △영등포시장역 인근 △삼각지역 인근 △청량리역과 제기동역 인근 등이 있다. 이외에도 구로 디지털단지역 일대와 신촌·충정로 일대, 은평구 연신내, 관악구 봉천동 일대가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공공재개발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재개발 사업에 참여해 도심 내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사업이다. 용도지역 및 용적률 상향 등을 해주고 분양가상한제에서도 제외되는 혜택이 있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제공해야 한다.
/김흥록·박윤선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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