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차기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 연기에 따른 입법공백을 막기 위해 전체 현역 의원들의 임기를 1년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현역 의원 전원이 추가로 1년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결의안을 오는 11일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정부에 현역 의원 전원의 임기연장을 건의했고, 중국정부가 이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9일 회의에서 홍콩 입법회 의원 임기 연장 안건을 논의했으며, 11일 회의를 마치며 선거 연기와 관련한 지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차기 선거 출마자격을 박탈당한 현역 의원 4명도 1년간 추가 임기를 채울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앞서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앨빈 융 공민당 주석, 데니스 궉 의원 등 현역 의원 4명과 조슈아 웡을 포함한 12명의 민주파 인사들에 대해 차기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홍콩에서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관위의 후보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선관위는 해당 후보가 홍콩 헌법인 ‘기본법’을 지지하고 홍콩 정부에 충성하는지 등을 심사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홍콩 선관위는 최근 최소 16명의 민주파 후보들에게 ‘충성 질의서’를 보내 이들이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미국 관리와 의원들에게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홍콩 정부는 이 결정 다음 날 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9월 예정됐던 선거를 1년 연기하기로 했다. 난카이대 홍콩문제 전문가 리샤오빙은 “정치적 이유로 숙청할 경우 선거 연기 결정의 정당성을 훼손할 뿐이며, 비판 세력에 공격거리를 줄 것”이라면서 “모든 의원에게 홍콩기본법 준수 선언서에 서명·선서하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라우시우카이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친중파가 현의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만큼, 의원 4명의 임기를 연장해주는 게 큰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친중파 다수는 이번 결정에 대해 놀라워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9일 오성홍기를 거꾸로 달지 못하도록 하는 등 국기관리 강화 방안을 담은 국기법 수정안을 심의했으며, 홍콩도 관련 규정 수정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SCMP는 덧붙였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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