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美中) 무역합의 이행 점검을 위한 고위급회담을 불과 닷새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단계 무역합의를 “아무 의미 없다”고 평가한 데 이어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역시 중국 기업을 겨냥해 내년 말까지 미국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상장 폐지하겠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홍콩의 대표적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가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심히 걱정스럽다면서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을 거들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단계 무역합의는 정말 멋지지만 너무나 갑자기 전체적인 수입에서 아무 의미도 없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은 대중 관세를 추가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체결된 무역합의를 평가절하한 것이다.
므누신 장관 역시 이날 회견에서 “외국 기업은 내년 말까지 (미국 기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거래소 상장이 취소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폼페이오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중국이 홍콩을 중국 공산당에서 통치하는 또 다른 도시로 취급하는 한 미국도 똑같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 같은 압박은 중국과의 회담을 앞두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는 15일 양국은 화상회의를 통해 무역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데 미국이 합의 이행에 속도를 내라고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중국의 무역합의 이행률은 46.5%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강경한 이미지를 굳히면서 무역을 다시 대선 어젠다로 만들어 떨어진 지지율 상승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퓨리서치센터는 미국인의 73%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는 최근 15년래 최대치라고 발표했다.
일부 외신들은 이 같은 발언이 엄포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9일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무역합의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해왔다면서 합의를 완전히 폐기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중국이 대미 수입을 늘리더라도 “미국과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된 데 대한 보상이 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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