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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통일·외교·안보
[국정농담] 이인영 통일부, 北도 UN도 원치않는 '마이웨이'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이인영 취임 3주간 대북지원 때마다 논란 잇따라

北 반출경로 비공개 이어 물물교환 제재위반 논란

WFP 1,000만弗 지원과 "美공감" 말바꾸기도 화제

고위직들, 李후보자 시절 '몰래' 정책 홍보도 구설

"北 수해지원 검토" 말하며 댐 방류엔 극도로 함구

UN "인권탄압" 지적에 외신투어...'외교망신' 비판

北김정은은 "외부지원 안받아"...국민 여론도 악화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 7월27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한 지 고작 3주가 지났다. 이 장관은 아직 신임 국무위원으로 조직 파악과 각종 네트워크 형성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통일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전임인 김연철 전 장관 때보다 이미 월등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장관과 관련이 있는 사안이든 아니든 통일부를 둘러싼 구설과 논란은 우연찮게도 그의 취임 후 하루도 멈추지 않고 있다. 탈북단체 설립 취소와 사무검사 관련 유엔과의 갈등, 수해 속 외신 기자와의 대북전단 살포 현장 투어, 남북 물물교환 국제 제재 가능성, 미국 협조 관련 말 바꾸기, 법원의 탈북 단체 설립 취소 집행정지, 북한 수해 지원 검토, 황강댐 등 북한 무단 방류에 대한 미온적 대응,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1,000만 달러 등 속전속결 대북지원 승인 등 짧은 기간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로 통일부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분위기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국민의 대북 인식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외부 지원을 안 받겠다”고까지 선언해 통일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진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인영 장관 취임 전까지 장관대행을 맡았던 서호 통일부 차관. /연합뉴스


이인영 장관, 속전속결 대북지원 때마다 여론은 ‘시끌’

이 장관 취임 후 통일부가 처음 논란에 빠진 건 이 장관이 취임 3일 만인 지난달 30일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신청한 8억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물품 반출을 승인했을 때다. 당시 이 장관과 통일부는 해당 민간단체의 대북 반출을 승인하면서 북한에서 누가 물품을 받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사업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이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등과 북한의 개성고려인삼술·들쭉술 등을 남한의 설탕과 맞바꾸는 사업을 승인해 주는 문제도 국내외에서 모두 논란이 됐다. 미국의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 (물물교환) 상대가 제재 대상인 노동당 39호실에 속하는지 알고 있느냐”며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의 지부이거나 유령회사라면 제재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웜비어법에 따라 제재 대상인 북한 단체에 자금이나 자산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3자 제재가 가능해졌다”며 “여기서 자산을 포함시켰다는 것은 물물교역도 포함된다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달 6일 이 장관이 WFP의 북한 영유아·여성 지원사업에 남북협력기금으로 1,000만달러(약 119억원)를 지원하는 안을 의결한 부분도 화제가 됐다. WFP 요청에 따른 지원이긴 하지만 지난 6월 의결을 추진하던 중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의 여파로 보류된 안건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WFP를 통해 지원에 나선 것은 2014년 700만달러, 2015년 210만달러, 2019년 450만달러 등 4번째였으며 규모로는 역대 최대였다.

이 장관이 주재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회의에서는 올해 28억9,200만원, 2021년 32억7,000만원, 2022년 137억원이 드는 비무장지대(DMZ) 평화통일문화공간 조성사업 지원 안건도 의결했다. 이 장관은 또 같은 날 국내 민간단체가 신청한 마스크 등 3개 품목에 대한 3억원 규모의 대북 반출 요청도 승인했다. ‘마스크’에 대한 승인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금껏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는 총 5건의 반출 승인이 이뤄졌는데 그 중 3건이 이 장관 취임 뒤 열흘 안에 이뤄졌다.

여상기 통일 대변인. /연합뉴스


“물물교환, 美공감” 말 바꾸기와 장관 취임 전 ‘몰래’ 정책 홍보도 구설

이런 와중에 이 장관의 역점 사업인 남북 물물교환 교역 사업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을 두고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 때 한 말을 뒤늦게 바꿔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물물교환 사업을 묻는 질문에 “작은 교역을 시작하면서 미국 측에 여러 차례 설명했다”며 “미국 측도 취지에 대해 공감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리핑이 끝난 지 40여 분만에 “작은 교역은 현재 검토 단계에 있는 사안으로 한미 간 협의된 바 없다”는 180도 다른 답변을 기자단에 전해 혼선을 초래했다.

특히 국민들 앞에 온라인 생중계되는 현장에서 실수를 하고도 답변을 바꾼 이유를 설명도 하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 “혼선을 빚어 죄송하다”와 같은 간단한 사과 멘트도 생략했다. 통일부는 다음날에야 “대변인 개인의 착오였다”고 공식 해명했지만 이날도 이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7월19일에는 통일부 고위당국자들이 예정에도 없이 일부 기자만 모아 아직 후보자 신분이던 이인영 장관 정책을 익명으로 홍보하는 일도 있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관가와 언론계에서는 당시 일을 두고 통일부 공직자들이 각종 의혹을 받던 이 장관이 결국 취임할 것을 염두에 두고 청문회에 대한 관심을 의혹에서 정책 쪽으로 틀기 위해 ‘직무와 의무에 없는 일’을 한 게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당일은 관가가 쉬는 일요일이었음에도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이라는 이 장관의 핵심 정책이 갑자기 통일부 고위당국자 명의로 여러 곳에서 처음 기사화됐다.

지난 5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이 집중호우에 임진강물을 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 수해지원 검토” 말하며 댐 방류엔 극도로 ‘함구’

북한의 수해 복구와 관련해 “요건만 갖춰지면 북한을 지원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논란이 됐다. 통일부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측의 호우로 인한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집권 후 처음으로 폭우·수해현장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에 최악의 홍수피해가 발생한 2007년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기본적으로 정부는 인도 분야의 협력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련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통일부는 그러면서 북한의 황강댐 방류에 대해선 “사전 통보를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다른 언급을 극도로 삼갔다. 지난 11일 황강댐 방류 고지에 대해 북측과 연락을 하느냐는 기자단 질문에 “북측과 연락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주민 안전과 관련된 사항”이라는 지적엔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답변을 못 하는 것이냐, 안 하는 것이냐”는 추가 질문엔 “답변 드릴 사항이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강댐 상류의 댐 2곳이 붕괴했다는 보도에 관해서는 “주민 사전 대피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주민 안전을 위해 댐 붕괴 사실은 확인해 달라”는 요구엔 “말씀드릴 사항을 갖고 있지 않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13일에는 2007년 북한의 호우 피해에 대한 질문에도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돌렸다. 김정은이 수해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외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14일에는 “자연재해 등 인도적 협력은 일관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만 밝혔다. 그나마 북한 측에 우리 입장을 전달한 건 WFP를 통해 1,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지난 6일 “일방적인 방류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는 이 장관의 발언이 유일했다.

한편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유엔 팀은 요청을 받고 필요할 경우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들에 대한 북한의 대응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엔 팀은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22일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강원 홍천군 인근 야산에 떨어져 경찰이 수거하고 있다. 발견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은 2∼3m 크기로 김정은 일가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외신 기자에 ‘北전단 살포 현장투어’ 여론전 논란까지

통일부가 지난 11일 외신기자 40여명을 데리고 탈북 단체들이 대북 전단과 쌀 페트병을 살포한 인천 강화 석모도 현장을 찾은 사건도 논란거리가 됐다.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한 탈북자 단체들에 설립 취소 조치를 내린 데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우려를 내비치자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여론전’을 펼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전국이 수해를 입은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이 같은 방문 행사를 강행한 것 자체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주민 인터뷰 등 행사 자체가 ‘기획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앞서 통일부는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중심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자 지난달 17일 이를 주도한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박상학 대표)’과 ‘큰샘(박정오 대표)’에 대해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그러자 토마스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같은 달 21일 탈북자 단체와 북한 인권 단체들을 향한 통일부의 각종 조치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경위를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종주 통일부 인도협력국장은 7월30일 킨타나 보고관과 2시간가량 화상면담을 진행했다. 외신 기자들에게 현장 투어 일정을 공지한 날도 바로 이날이었다.

통일부는 11일 투어에서 해외 언론에 대북전단 살포 제재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회에서는 통일부의 대북전단 금지 및 북한 인권 단체에 대한 사무검사에 항의하는 ‘정부의 북한인권·탈북민단체 탄압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결성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행사 다음날인 12일 탈북민단체 ‘큰샘’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통일부 조치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반면 통일부는 같은 날 “회계 비리를 포함해 등록 법인에 대한 사무검사 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연합뉴스


“UN, 잘 이해했다”더니 “인권침해”... ‘여론왜곡·외교망신’ 비판

이 장관과 통일부의 행보는 이제 국내를 넘어 국제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통일부가 국제기구의 반응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국민과 언론에 얼렁뚱땅 전달한 게 아니냐는 ‘여론왜곡’ 문제까지 고개를 들었다.

킨타나 보고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탈북자 단체, 북한 인권 단체들에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통일부 사무검사에 대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음을 한국 정부에 통보할지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킨타나 보고관은 특히 지난달 30일 통일부와 가진 화상면담 결과를 설명하며 “나는 북한 인권 단체들에 대한 사무검사는 이런 기술적인 면을 넘어 한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라고 본다”며 “왜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인권 단체만 조사하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통일부 관계자에게 사무검사를 멈춰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과 관련한 소송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통일부에 대한 관련 통보가 공식화되면 성명도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킨타나 보고관의 이날 발언은 기존 통일부 주장과는 크게 상충하는 내용이었다. 통일부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에서 킨타나 보고관이 이 국장의 설명을 듣고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보도자료의 상당 부분을 킨타나 보고관에게 통일부의 입장을 해명한 내용으로 할애했다.

통일부는 이후에도 킨타나 보고관이 서호 차관에게 사무검사 중단을 제안했다는 내용은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언론과 국민은 통일부의 일방적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무검사 착수 전 모든 단체를 개별적으로 접촉·방문해 취지와 절차를 안내한다”며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북한 김정은.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은 “외부 지원 안 받아” 찬물

이런 상황에서 수해 지원 관련 외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입장 발표는 통일부를 더 난처하게 만들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13일 중앙당 본부청사에서 제7기 16차 정치국회의를 열고 “세계적인 악성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큰물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홍수로 3만9,296정보(약 390㎢)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고 살림집(주택) 1만6,680여 세대, 공공건물 630여 동이 파괴·침수됐다고 피해 규모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홍수 피해뿐 아니라 코로나19 방역 물품까지 거부 대상에 올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작은 교역을 통해 대화 복원을 꾀해 보겠다는 우리 측 구상도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통일부가 민간과의 교류를 강조하며 지금껏 각종 물품 반출을 승인했지만, 실상 ‘민간’이라 할 만한 조직이 없는 북한 사회의 특성상 김정은이나 수뇌부를 전혀 거치지 않는 교역이 존재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남측 단체가 원하면 물자 전달 경로나 북한 측 수령기관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이 장관과 통일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그 불투명한 교류 방식에 얼마나 지지를 보낼 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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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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