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국내외 악재에 잇따라 휘둘리며 조정 국면을 맞았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유동성 확대 무산이 증시 하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증권 업계에서는 코스피가 1,400선까지 내려갔던 지난 3월의 급락장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면서도 변동성이 커진 만큼 2,100선까지는 열어 둘 필요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50위권 내에서 상승 마감한 종목은 셀트리온(0.33%), 신풍제약(11.62%) 단 두 개뿐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평가 속에 각광받았던 비대면 대표 종목 NAVER(-3.02%), 카카오(-3.19%)를 비롯해 2차전지주 LG화학(-2.34%), 삼성SDI(-4.6%) 등 주요 성장주도 하락세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정 업종만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하락세를 보인 셈이다.
우선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은 가까스로 살아나고 있던 외식·레저·호텔 등 내수 산업에 대한 회복 기대 및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 지속되던 증시 상승세의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근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중 3월 이후에는 주간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 이상일 때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이 나타났고, 19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상황이라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최근 시작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가능성도 경제 악화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의 대표적인 조치는 현재 권고 수준인 공공기관 및 기업의 유연·재택근무가 필수인원을 제외한 재택근무로 강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는 실업자 증가 등을 통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내용 역시 증시를 큰 폭으로 끌어내린 주요 악재로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근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수익률 곡선 제어 등 추가적인 부양 조치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동안 연준의 추가 유동성 공급 결정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나 무산된 것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증시가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탔던 이유가 풍부한 유동성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축소된 점이 시장을 짓눌렀다는 얘기다.
다만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50조원대에 이를 정도로 확대된 유동성과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 3월 급락장 이후 반등에 대한 학습효과,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19일 51조 5,925억원으로 10일부터 50조원대가 유지됐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유동성 힘을 바탕으로 증시가 올라오면서 가격 부담이 있었다”며 “3월처럼 패닉 구간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에 대한 우려가 있어 2,1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타격과 회복 과정에서 저력이 드러난 성장주는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혁신 가속화와 투자 확대 등 구조적 수요 증가가 나타나는 2차전지와 전기차, 정보기술(IT), 헬스케어 등 성장 주도주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면서 펀더멘털이 확보된 업종과 종목 중심의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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