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항공기 수가 17년 만에 줄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어려워지며 항공사들이 신규 비행기 도입을 미뤘을 뿐 아니라 보유 중인 항공기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등록 항공기는 843대로 지난해 말(853대)보다 10대 줄었다. 유형별로 항공운송 사업용이 434대, 항공기사용 사업용은 173대였다. 나머지 236대는 학교나 국가기관 등이 보유한 비사업용 항공기다.
상반기 신규 등록된 항공기는 총 15대에 불과했다. 항공운송 사업용이 7대, 항공기사용 사업용 5대, 비사업용 3대였다. 임차 기간 만료나 매매 등으로 인해 등록 말소된 항공기는 25대였다. 그중에서도 여객기 수요가 크게 줄어 항공운송 사업용 16대, 항공기사용 사업용 8대, 비사업용 1대로 집계됐다.
상반기 항공운송 사업용과 항공기사용 사업용은 각 9대와 3대 줄었고, 비사업용은 2대 늘었다. 운송사업용 항공기가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여파에 항공업계 업황이 악화된 데 따른 결과다. 그동안 항공기 등록 대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그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2000년 268대였던 등록 항공기는 2010년 500대를 넘어섰으며, 2018년 800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는 코로나19로 항공 여객 수요가 급감하고 운항노선이 축소되면서 등록 항공기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등록 항공기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03년(2002년 292대→2003년 288대) 이후 17년 만이다. 연초 이후 코로나19 사태에 항공업계는 고사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국경 폐쇄에 따라 하늘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대형항공사(FSC)들은 화물 수요를 늘리며 실적 방어에 나섰지만, LCC는 직격탄을 맞았다. LCC는 중소형 비행기를 보유한 탓에 화물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LCC들은 국내선을 확대하며 반등을 꾀했으나, 오히려 출혈 경쟁을 벌이며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신규 항공기 도입을 무기한 연기하는 한편, 보유 항공기 정리에 나섰다. 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노선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주기장에 정차할 경우 매달 막대한 주기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타항공에서만 5대의 항공기가 말소됐으며, 이스타항공이 신규 등록한 항공기는 없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전노선 운항 중단(셧다운)에 들어갔으며, 운항증명(AOC)마저 효력이 중단됐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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