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이 유럽 최고의 축구클럽에 오른 날, 조피아 포포프(28·독일)는 여자골프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최초의 독일 선수가 됐다. 뮌헨이 독일 최강 팀인 반면 포포프는 철저한 무명 선수라는 점이 대비를 이뤘다.
포포프는 24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로열트룬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AIG 여자오픈(총상금 450만달러)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70-72-67-68)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무명의 반란이었다. 포포프는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 304위에 머물렀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출전권도 없는 선수였다. 2006년 여자골프 세계랭킹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순위의 메이저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최저 순위 메이저 우승은 지난해 6월 KPMG 여자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해나 그린(호주)의 당시 114위였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과 독일 이중 국적을 가진 포포프는 2015년 LPGA 투어에 데뷔했으나 한 시즌 만에 투어 카드를 잃었고 2018년에는 조건부 출전권으로 복귀한 뒤 역시 시드를 유지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도 LPGA 2부 투어가 중단되자 미니투어를 전전하던 그에게 지난달까지만 해도 메이저대회 출전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포포프는 이달 초 만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결원이 많이 발생한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출전권을 얻었고 그 대회에서 9위에 올라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을 받았다. 이번 우승상금 67만5,000달러(약 8억원)는 그가 LPGA 투어에서 그동안 벌었던 상금 10만8,051달러의 6배 가까운 액수다. 그보다 더 큰 수확은 2021시즌까지 정규 투어 시드권을 확보한 것이다. 그는 “3주 전까지 출전이 불가능했던 이번 대회는 내게 보너스였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포포프는 우승을 차지한 뒤 진드기가 옮기는 세균성 감염증인 라임병과 싸운 사실도 공개했다. 신인 시절이던 2015년부터 의문의 복통으로 체중이 11kg이나 빠진 그는 “3년 뒤 총 20여 차례 검진 후에야 라임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심할 경우 10가지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3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포포프는 1번홀(파4)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2, 3, 6번홀에서 버디를 골라내며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정상까지 질주했다. 재스민 수완나뿌라(태국)가 2타 차 2위(5언더파), 호주교포 이민지가 3위(3언더파)로 마감했다.
‘골프여제’ 박인비(32·KB금융그룹)는 뒷심과 집중력을 발휘하며 단독 4위(1언더파)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 1라운드를 심한 바람 속에 6오버파 공동 88위로 시작한 그는 이후 공동 17위, 공동 13위로 힘을 낸 뒤 이날 데일리 베스트인 5언더파 66타를 몰아쳐 상위권 입상에 성공했다. 박인비는 “퍼트가 살아나는 느낌이었고 첫날이 아쉽지만 이후 잘 마무리한 것에 만족한다”고 시즌 첫 메이저대회 결과를 총평했다. 전인지(26·KB금융그룹)는 지난주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에 이어 2주 연속 공동 7위(2오버파)를 차지하며 회복세를 이어갔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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