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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FOCUS] 성장한계 부딪힌 대기업, 벤처투자에서 활로 찾는다

코로나19로 주력 사업 위기 돌파구 찾기

GS건설 사업 시너지 드론 기업 엔젤스윙 베팅

이마트는 미래 스마트팜 엔씽에 투자

SK네트웍스·신세계인터 벤처펀드 출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성장 한계에 부딪힌 대기업들이 벤처기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은 벤처 펀드에 출자해서라도 차세대 먹거리를 찾고 있다. 경영 환경이 급변하자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위기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GS건설(006360)은 최근 드론 데이터 플랫폼기업인 ㈜엔젤스윙에 15억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취득했다. 엔젤스윙의 ‘건설 드론데이터’ 플랫폼은 대규모 토목공사 현장에서 드론이 찍은 항공사진 등 데이터를 3차원(3D) 모델로 자동 편집해 보여준다. 드론이 입력된 경로를 따라 비행하며 현장을 스캔하면 건설현장 관계자는 플랫폼으로 실제 작업량 등 공정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100헥타르(1㎢) 기준 2명이 14일 동안 할 측량을 드론은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

엔젤스윙스의 건설 드론 데이터 플랫폼 시연 모습




엔젤스윙스는 국내 건설사 중 대림산업, 태영건설 등과 협업 중인데 지분 투자는 GS건설이 처음이다. 건설 공정에서 드론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기술력 있는 업체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이다.

GS건설은 주력 사업 관련 업체에 대한 출자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지만 엔젤스윙과 같은 벤처 출자는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 중국 드론 제조사 제로텍에 투자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금액이 크지 않아 유의미한 투자로 보기 어려웠다. 보수적으로 평가 받는 건설기업의 벤처 투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유통기업인 이마트(139480)도 본업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사업 영역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한 스마트팜 기업 ‘엔씽’에 투자한다. 유진투자증권이 엔씽 투자를 위해 조성하는 프로젝트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십억 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엔씽은 컨테이너를 활용한 모듈형 수직농장 ‘플랜티큐브’와 사물인터넷(IoT) 기반 농장관리 시스템 특허를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상추나 배추 같은 신선 엽채류를 수경재배 방식으로 생산하는데 물 사용량을 대폭 줄이면서도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종전보다 100배나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에서 기술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직농장 100개 동(棟) 수출을 앞두고 있다. 이마트는 신선 채소류 유통에 있어 시너지가 날수 있는지 여부를 테스트해보는 모습이다.

엔씽의 스마트팜 모습


투자처를 찾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모비스(012330)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 전문 테크펀드인 ACVC파트너스와 모터스(MOTUS)벤처스에 2,000만달러(약 250억원)를 출자한 바 있다. 주로 차세대 센서, 생체인식, 로보틱스 분야의 북미지역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 부품 경쟁력 확보가 목표다. 기아차(000270) 역시 지난해 투자했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P3모빌리티’에 27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지난해 12월 출자한 42억원의 절반가량을 추가로 투자한 것이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본사를 둔 P3모빌리티는 정확히 어떤 제품을 제작하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성능 전기차 관련 투자 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직영주유소 매각 이후 미래먹거리를 찾고 있는 SK네트웍스(001740)는 최근 ‘컴퍼니케이고성장펀드’에 6억원을 출자했다. 전체 펀드 규모가 1,260억원으로 출자 금액이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다만 SK네트웍스가 벤처 펀드에 첫 출자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컴퍼니케이고성장펀드가 기업 성장 단계상 초기 벤처기업이 아니라 어느 정도 과실을 맺기 시작한 중후기(mid&late stage)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보인다면 바로 추가 자금 수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 기업인 신세계(004170)인터내셔널도 적극적으로 먹거리 찾기에 나선 곳이다. 이달 5일 그룹 지주사인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널, 신세계센트럴시티와 공동 출자해 200억원 규모 벤처캐피탈 자회사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출자 금액은 신세계인터내셔널이 50%로 가장 많고 신세계(30%), 신세계센트럴시티(20%) 순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패션라이프스타일 사업과 코스메틱(화장품)이 주력이다. 알마니·디젤·어그·폴스미스·갭 등의 브랜드를 수입 유통 판매한다. 또 ‘자연주의’를 인수해 육성 중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도 있다. 전체 매출의 75%가 패션라이프스타일에서 나오는데 올해는 반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의 25%인 화장품 부문에서 돈을 벌어 손실을 메우고 있다. 무신사와 같은 패션 유통 플랫폼이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등 달라진 시장 환경이 원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현재 온라인 채널인 ‘SI빌리지’를 럭셔리 패션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장시키려 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주력 사업이 타격을 보면서 VC를 통해 패션 부문에 대한 미래 투자처를 찾고 있다. 실제로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첫 투자로 패션 쇼핑앱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VC가 가진 신기술 노하우를 수혈해 새로운 먹거리를 사업화하기 위해 대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좋은 기술을 가진 성장성 큰 기업을 찾을 수 있느냐에 따라 미래 기업 지형도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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