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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과장 정보에 속아 투자 피해 땐 계약 해지 가능

[금융사-소비자 ‘투자동행’ 답이다] (하) 내년 시행 ‘금소법’ 무엇이 달라지나

'6대 판매원칙' 전 금융상품에 적용

분조위 조정안 금융사에 자동효력

'편면적 구속력' 담은 개정안도 발의

금융업계 "영업활동 위축" 반발에

당국 "소비자 위주 법적장치 필요"





올해 초 한 사모펀드에 1억원을 투자한 A씨는 최근 원금손실 위기에 처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 투자 당시 판매직원이 “무조건 원금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독려했지만 운용사의 부실 운용으로 뜻밖의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판매사는 운용사에 책임을 떠넘기며 몇 달째 보상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주변에서는 “소송을 진행하라”고 조언하지만 대형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역시 부담이다.

내년부터는 A씨처럼 금융상품 가입과정에서 판매직원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과장정보에 속아 투자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덕분이다.

◇사모펀드 판매 시 원금 보장 ‘과장’하면 계약 해지 가능=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시행을 앞둔 금소법은 지금까지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되던 ‘6대 판매원칙’을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금융사는 소비자의 재산상황, 금융상품 취득 및 처분 경험 등을 고려해 적합한 금융상품만을 권유해야 하며(적합성 원칙),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하려는 금융상품이 재산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부적정하다면 이를 알려야 한다(적정성 원칙). 금융상품 계약 체결을 권유하거나 소비자가 설명을 요청할 때는 응해야 하며(설명의무), 판매 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도 금지된다(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또한 상품 계약 체결을 권유할 때 불확실한 사항을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등 오인할 우려가 있는 허위사실을 알려서는 안 되며(부당 권유행위 금지), 광고 시 약관 등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허위 과장광고 금지).

판매사가 해당 내용을 어기면 소비자가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위법 계약 해지권도 도입된다. 소비자의 해지 요구에 금융사가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의 재산상 현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명백히 인정된다면 금융상품 계약 체결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판매제한 명령도 내려진다. 설명의무를 위반해 고객과 송사를 다투게 될 때 고의 및 과실 입증 책임이 금융회사로 전환되고 주요 판매원칙을 위반할 때는 관련 수입 등의 50%까지 과징금이 부과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쪽짜리 논란…라임·옵티머스로 ‘완성’ 힘 받나=하지만 올해 3월 금소법이 9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선 후 논란은 이어졌다. 금융사는 금소법에 대해 “투자자의 투자책임 원칙을 과소평가했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금융소비자들은 오히려 해당 법안이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징벌적 손해배상’도 포함되지 않았고 분쟁 발생 시 금융소비자에게 유리한 ‘입증책임 전환’ 문제도 설명의무 위반에 한정하는 등 ‘반쪽짜리’라는 주장이다. 피해자들은 금융사와 직접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송에 드는 비용도 부담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승소하더라도 소비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제기한다.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은 건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진 각종 사모펀드의 연이은 환매중단 사태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피해액이 발생하면서 판매사의 중개인으로서 도덕적 책임이 부각됐다. 올 6월 라임펀드를 판매한 4개 판매사에 대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투자자에게 투자원금을 100% 전액 환급하라”는 권고안을 제시했는데, 판매사들이 답변을 한 차례 연기하면서 자칫 키코에 이어 라임펀드도 권고안 불수락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최근 한 달간 정치권에서 연이어 금소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특히 ‘편면적 구속력’을 담은 이용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0명이 대표발의한 금소법 개정안이 눈에 띈다. 편면적 구속력은 소비자가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하면 금융회사에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다. 현재는 소비자·금융회사 모두 권고안을 받아들여야 효력이 생긴다. 이 의원 등은 “최근 금융사들이 금감원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고 시간을 버는 행태를 보이거나 아예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며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 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편면적 구속력의 경우 그간 금융회사의 재판 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번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을 앞둔 금소법에 대비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편면적 구속력’ 등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간과하는 법안이 쏟아져 나오면서 영업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도 크다.

그러나 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편면적 구속력은 이미 금융선진국 대부분이 도입한 장치”라며 “금융소비자의 경우 판매사에 비해 정보 수준이 낮고 사고 발생 시 대응이 어려운 게 사실인 만큼 향후 법적 장치가 소비자에게 더 편향되게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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