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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레이시언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을 미국의 패트리엇미사일이 요격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됐다. 이후 패트리엇 미사일은 최첨단무기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그러자 미국 육군은 물론 독일·일본·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제작사인 레이시언(Raytheon)에 구매 의뢰가 쏟아졌다. 세계 군수 업계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던 레이시언이 신흥강자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1922년 창립된 레이시언은 원래 전자부품 제작업체였다. 회사명도 처음에는 아메리칸어플라이언스컴퍼니였다. 이때 만들던 진공관의 상표명이 레이시언으로 빛을 뜻하는 ‘Ray’와 신을 의미하는 ‘theon’의 합성어였다. 이 상품이 잘 팔리자 3년 후인 1925년 아예 회사 이름을 레이시언으로 바꿨다. 군수업계 진출은 제2차 세계대전이 계기가 됐다. 전자제품 개발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이더와 전파장비를 제작해 연합군에 납품했다.

패트리엇미사일이 히트한 걸프전은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토마호크미사일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레이시언은 록히드마틴·노스롭그루먼·보잉·제너럴다이내믹스 등이 지배해온 군수업계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매출다변화 차원에서 항공기 제작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항공기용 엔진과 통신장비 등을 제작하는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를 합병해 방산·항공·첨단산업을 아우르는 회사로 거듭났다. 합병 이후 사명도 레이시언테크놀로지스로 바꿨다.



뉴욕 증권시장을 대표하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서 레이시언이 31일부터 제외된다고 한다. 1952년 뉴욕증시에 상장된 지 68년 만이다. 다우지수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30개 우량기업을 표본으로 시장가격을 산출한다. 레이시언의 다우지수 배제는 미중 무역전쟁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전통적인 방위·항공산업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또 클라우드·바이오 등 신산업 급성장과도 무관치 않다.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합병 부담까지 떠안은 레이시언이 급류가 흐르는 강을 건너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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