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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만난 디자이너]<8>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오디너리피플'

디자인 학도들의 일상적인 모임에서 시작된 스튜디오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 전단지 통해 첫걸음

가장 간소화된 기본 도형이 그리는 시각적 심포니

매일매일 넘겨보는 일력처럼 일상적인 디자인 꿈꿔

서울 종로구의 중심부, 어느 건물 안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는 문득 바깥세상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각자의 장소와 공간에서 특별한 지금을 보내고 있을 그들과 만나 또 다른 미지의 장소와 공간을 탐험해보고자 합니다.

오디너리피플의 스튜디오에서 서정민, 강진, 이재하 디자이너




오디너리피플은 대학에서 만난 멤버들이 모여 다양하고 능동적인 시도를 통해 보다 나은, 정확한, 효과적인 소통을 도모하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다. 2006년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 전단지를 벽에 붙였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MBC 브랜딩 리뉴얼, VIBE와 함께한 IDOL-LIC 프로젝트, NCT 앨범 디자인, 에이랜드와의 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인상 깊은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어느새 15년 차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함께 동고동락하며 매일매일 그래픽디자이너로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작업실 이야기-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공간

Q. 디자인 스튜디오 ‘오디너리피플’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강진: 저희는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사이입니다. 함께 만나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이었죠. 모두 시각디자인과 전공생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디자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문득 과제만 하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를 해보자!’라고 얘기했던 것이 오디너리피플의 시작이었습니다. ‘포스터를 만들어 드립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었고요.

이재하: 처음부터 스튜디오 설립을 계획하고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협업자를 만나 작업을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튜디오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서정민: 자연스럽게 꾸려진 모임이 졸업하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 외에도 많은 프로젝트를 학부 생활과 함께했기 때문에 학점은 시원하게…포기했죠(웃음). 멤버 한 명이 해외에 있어서 지금은 세 명이서 꾸려가고 있습니다.

Q. 학업과 병행을 하셨다고요? 어떻게 가능했나요?

강진: 하다 보니 나중에 시간 관리 같은 노하우가 생겼어요. 어차피 저희는 모여서 작업하는 것이 함께 노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거든요. 그래서 학교 과제가 아닌 작업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던 것 같아요. 멤버들이 제 자취방에 함께 모여 즐겁게 작업했던 기억이 나네요.

서정민: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봤던 것 같아요. 선배들이 작업도 많이 하고 놀기도 많이 놀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잠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죠. 그 당시에는 듣고 ‘그럴싸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능했던 것 같네요. (웃음)

이재하: 당시는 체력이 참 좋았어요.

Q. ‘오디너리피플’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강진: 그룹 이름을 정해보고자 다 함께 학교 강의실에 모였었어요. 그런데 멤버가 많다 보니까 아이디어가 많아서 쉽게 정해지지 않더라고요. 그때 마침 존 레전드의 음악 ‘오디너리피플’이 흘러나왔죠. 정확한 가사 내용을 바로 이해한 건 아니지만, 그 순간의 느낌과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자연스럽게 정하게 되었어요.

Q. 멤버들을 구성할 때 각자의 보완점 같은 것을 고려해 채용하나요? 채용할 때 주로 어떤 점을 보시는지?

이재하: 스튜디오의 작업 프로세스가 디자이너들 개인이 프로젝트 디렉팅을 총괄하는 방식이다 보니 그런 점을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서로 상호보완이 되겠다’ 혹은 ‘멤버들에게 부족한 점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해야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그냥 정말 정직하게 포트폴리오만 보고요. 오히려 저희가 부족한 부분은 외부에서 초빙하거나 직접 배워서 도전하는 식으로 해소합니다. 딱 봤을 때 정말 작업을 잘한다 싶은 분들을 채용하는 편이죠.

강진: 채용할 때 이 사람은 몇 살이고 학교가 어디고 이런 것들을 고려해본 적은 없어요. 저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전체적인 구성을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서정민: 저는 포트폴리오의 구성보다는 작업 자체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포트폴리오를 보고 그 사람이 궁금해지는 게 좋거든요. 멤버들이 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보는데도 결국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참 신기하죠.

오디너리피플 멤버들의 얼굴이 들어간 굿즈


Q.다수의 구성원들과 함께 작업하며 소통을 잘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강진: 저희가 수다 떠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요새는 서로 바빠서 전보다 시간이 없긴 하지만 미국에 있는 멤버와도 시간을 맞춰서 컨택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다 같이 점심을 먹어서, 이때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업무 시간 중에는 서로 바쁠 때가 많아서요.

이재하: 저희가 작업을 하기 위해 모였지만 모든 구성원이 친한 친구인 환경에서 시작했어요. 조직 분위기가 수직적인 구조가 아니라 설득과 동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들을 해결해나가야 하는 수평적 구조인 셈이죠. 그래서 함께 대화하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개인의 취향은 옳고 그름이 없으니까 그런 것들은 존중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요. 논리적으로 설득되는 부분은 서로 인정하면서 맞춰나가는 식으로 이어져 온 것 같아요.

서정민: 2006년도부터 함께했으니까 15년째 이렇게 같이 떠들고 지내고 있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잖아요. 그전에 서로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점도 계속해서 변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차이점을 좁히고 조율하는 시간이 계속 필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 친구가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네’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면 꾸준히 소통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Q. 합정동 근처에 자리 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강진: 초반에는 저희가 학교 주변에서 살다 보니 이쪽에 자리 잡았어요. 자연스럽게 홍대 앞 근처에서 다양한 장소들로 작업실을 계속 옮겨 다녔죠.

서정민: 저는 왠지 우리가 계속 홍대 앞에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다른 지역으로 가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직은 자연스럽게 홍대 근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Q.작업하다가 집중이 안 될 때 작업실 주변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 있나요?

이재하: 여기 소파에서 한숨 자는 것이요. 씨에스타라고 하나요.(웃음) 혹은 가끔 근방을 산책하면서 단 걸 사 오기도 해요. 중간에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올 때도 있어요.

서정민: 저도 단것을 좋아하는데요. 최근에는 너무 바빠서 집중이 안 되니까 나가야겠다는 생각조차 못 해봤던 것 같아요.

강진: 근처에 새로 카페가 생겼는데 커피가 굉장히 맛있습니다. 점심 먹고 나서 들어오기 전에, 혹은 오후에 너무 머리가 복잡할 때, 잠깐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좋은 거 같아요.

◇작업 이야기-시각적 확장을 도모하는 형태의 디자인

Q. 여러 멤버가 함께 모여 결성한 스튜디오인데요. 작업은 주로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이 되나요? 업무 분배 시스템이 궁금합니다.

서정민: 저희는 기본적으로 역할을 구분 지어서 일을 진행하지 않아요. 의뢰가 들어왔을 때 누가 관심이 있고 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담당이 정해지죠. 그래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멤버가 프로젝트를 총괄하여 A부터 Z까지 다 진행합니다. 미팅부터 견적, 디자인, 계약, 행정 절차, 회계 처리까지 디렉터 개념으로 운영하죠. 마치 유닛을 결성하듯이요.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서 몇 명이 참여하는지가 변합니다.

이재하: 새로운 프로젝트에 흥미가 있고, 구성원들이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더욱 열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럿이 참여하더라도 프로젝트에서 선택된 안을 작업한 사람이 작업을 총괄해 마무리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건강한 경쟁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아요. 본인이 그 작업을 하고 싶다면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Jeju Beer_그래픽아이덴티티, 패키지, 배너 디자인 2019


Q.유닛 형태로 작업을 진행할 때 공동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작업 프로세스가 추구하는 정체성이나 방향에 맞지 않게 흘러가는 경우가 있을 텐데요. 어떻게 조율하시나요?

서정민: 저희는 클라이언트에게 메일을 보내기 전에 다 같이 모여서 리뷰를 합니다. 그때 프로젝트 과정을 공유하고 의견을 조율하죠.

이재하:서로 바빠서 공유를 못 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해서 이후에는 미리 공유하고 체크하는 식으로 방법을 바꾸었어요.

강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하기 전에 내부에서 공유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 그간의 작업 태도나 결과물에 대해 잘 알다 보니, 좀 더 직접적인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거죠. 이번에는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구나, 혹은 전에 했던 방식을 더 발전시키려고 하는구나 같은 것들이요.

서정민: 저희는 특별한 룰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개인의 개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만의 어떤 암묵적 마지노선이 있는데요. 그 선만 넘지 않는다면 웬만하면 개인이 이끄는 방향대로 존중해 주는 편입니다. 각자가 추구하는 개성이 가감 없이 섞여 있다 보니 간혹 저희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보고 굉장히 정신없다는 평가하시는 분도 있어요.(웃음) 이런 모습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강진: 아무래도 멤버들이 각자 생각하는 방향, 좋아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서로 그런 것들을 설명하며 공유하려고 하죠. 이렇게 다른 성향이 있는 멤버들 모두가 동의하고 인정하는 ‘우와 멋있다’라고 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는데요. 그때의 쾌감이 정말 좋아요.

서정민:가끔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요. 일단 그럴 땐 다들 상당히 과묵해져요. 분명 다양한 이유에 의해서 도출된 일치하는 결론을 이미 내렸을 텐데(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고요. 네. 최근에 제가 겪었는데요. 굉장히 상처받았어요.(웃음) 이후에 조용히 디벨롭해서 잘 고쳤습니다.



포스터만들어드립니다(2006)


Q.’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 전단지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외주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생겼는데요. 그 당시 전단지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강진: 당시 저희가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었어요. 클라이언트와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자처럼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홍보용 전단지에 적어놨었거든요. 당장의 보수보다는 대화를 통해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컸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명백히 영리를 추구하는 프로젝트에서 보수를 포기한 대가로 그러한 관계를 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무언가를 만들어볼 기회는 필요했지만, 그것을 저희가 받아야 하는 당연한 대가를 포기하면서 받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와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만나게 된 파트너에게 저희 작업과 생각을 잘 보여주고, 일정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좋은 관계, 함께 좋은 결과물에 대해 고민하는 관계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유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프로젝트 통해서 만난 분 중에 그대로 계속 이어져서 최근까지도 함께 프로젝트를 한 분들도 계세요. 많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고, 우리가 뭔가를 해볼 수 있다는 용기도 얻었습니다.

서정민: 수평적인 관계에서 파트너로서, 디자인 전문가로서 사람들을 대하고 설득하는 법을 직접 배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어요.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발점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디자인을 해나가는 것들에 모든 태도를 결정해준 프로젝트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강진: 지금 인터뷰하는 저희 세 명은 정규직으로 회사에 다녀본 경험이 없습니다. 저희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스튜디오의 룰을 정했던 것 같아요. ‘다른 데서 사용하는 기준을 그냥 따라 해보기보다는 우리에겐 이런 기준이 맞는 것 같아’하면서요. 이런 대화를 통해서 우리의 형태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죠.

DOT. 쿠션_Collaboration, Tote Bag, Poster, Label(2015)


오디너리 리포트(2016)_270x360mm_오디너리피플과 에디터 김종소리가 함께 관심이 가는 대상을 정해 찾아간 결과물




매일매일 그래픽 일력(2015)


매일매일 그래픽 일력 전시


2017년 일력


2019년 일력




Day-to-Day Graphic Design: Glimpsing the Everyday Life of Designers in Japanese and Korean Calendars(2019)




Q. ‘매일매일 그래픽일력’은 어떤 아이디어에서 나오게 된 프로젝트인가요
?

서정민: 저희가 학생 시절에 그룹으로 활동했고 그 시기에는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들을 기획해서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졸업하면서 스튜디오를 꾸리고 난 뒤에는 클라이언트 위주로 디자인을 하게 되었죠. 생업으로서 스튜디오를 일정 궤도로 끌어올리는 데 노력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예전처럼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생겨서 재밌는 일을 벌여보기로 했어요. 2014년 즈음에 서로 아이디어를 얘기를 많이 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당인리 카페에서 대뜸 ‘일력에다가 그래픽을 넣는 건 어때?’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바로 그 자리에서 2시간 동안 얘기하면서 프로젝트가 구체화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5년 매일매일 그래픽일력’이 처음 나오게 되었죠. 그래픽디자인은 저희가 굉장히 좋아하는 문화이고 이것을 어떻게 재밌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과 공유할까를 고민하던 중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실행되었어요. 일력이라는 매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라서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속내에는 ‘그래픽디자인이라는 게 이렇게 재밌어요! 매일매일 집에 두고 사용해볼래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재하: 첨언을 하자면 처음에 ‘포스터를 만들어 드립니다’를 했을 때 포스터가 붙었다가 떼어지면서 일회성으로 사라지는 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그 다음에 떠올려본 아이디어는 ‘목에 걸 수 있는 스카프를 만들자’ 였어요. 반영구적으로 소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맥락의 연장으로 우리가 작업한 ‘그래픽’을 사람들이 구매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죠.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엄청난 동의의 표현이잖아요. 소유하고 싶을 정도로 매우 괜찮은…. 그래서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물건을 만들면 좋겠다 해서 만들게 되었죠.

현대카드 컬쳐 테마 ‘뉴레트로’(2019)






Q.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서 하는 작업 외에도 스튜디오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인상 깊습니다. 주도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인사이트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서로 상호보완적인 효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이재하: 자체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우리가 가져야 하는 구조인데, 그러다 보니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역지사지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나 할까요.

서정민: 클라이언트 잡은 저희가 스튜디오를 영위해가는 원동력이고 사회에서 실제 작동하는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우리의 목적이 있어서 늘 잘 하고 싶어요. 클라이언트 업무의 경우는 의뢰를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목표를 달성해 줄 것인가가 중요한 포인트죠. 반대로 자체 프로젝트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잠재적 클라이언트에게 먼저 보여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매일매일 그래픽일력’같은 경우에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의 ‘뉴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컬처 테마에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밝은 미래-사이버네틱 환상_Graphic Identity, Poster, Book, Leaflet, Banner, Invitation, Wall(2017)






SBS 라디오 콘서트_ “Afterclubday” (2017)


전시 아이덴티티 디자인 “2018 공공디자인 기획전: 우리의 공간은 어떤가요? Wonderful Space for All”






Q. 작업을 보면 기본 도형의 형태와 선, 그리고 타이포를 사용한 디자인이 눈에 띄는데요. 특히 선호하는 그래픽 요소들이 있을까요?

이재하:저는 일러스트레이션에 가까운 도형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요. 예를 들어 어떤 개념을 표현할 때, 이를 상징하는 개체들을 간소화시키고 또 간소화시킵니다. 오해의 소지가 적은 가장 명확한 방향으로 가다 보면 결국엔 기본 도형이 되더라고요.

강진: 프로젝트마다 적용되는 표현 방식이 다를 것 같은데요.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 기본 도형, 선 같은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 굉장히 명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결과물이 하나의 형태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형태로 작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요소들을(도형이나 선) 기본으로 제작했을 때 적용이 용이하기도 하고요. 다양한 의미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한정적으로 묘사되기 쉽지만, 도형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시각적으로 확장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말하고 생각해보니 정말 도형을 많이 사용하긴 했네요.(웃음)

Q. 멤버들의 학부 때 작업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함께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현시점에서 봤을 때 그 당시와 어떻게 다른가요?

서정민: 저 같은 경우에는 학부생이었을 때 ‘나만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없는 게 큰 고민이었어요. 졸업할 때 즈음부터 계속해서 고민하고 조금씩 찾아갔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잘하는 방법론이라는 것이 몇 가지 생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스타일은 이거야’라고 딱 규정지어서 그 안에서만 작업하지는 않아요. 오디너리피플 스튜디오의 멤버 모두 오히려 그런 지점을 경계하는 편이에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시도하면서 나아가는 것을 추구합니다.

이재하: 제 생각에는 학부 시절과는 모두가 달라졌어요. 각자의 버릇이나 습관은 남아있긴 하지만 서로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진:그 당시에는 선생님들의 영향을 주로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훌륭한 선생님께 배울 수 있던 기회가 굉장히 영광이었죠.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게 있다면, 용도가 없을 때 굳이 색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색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모두의 휴대폰 디스플레이가 흑백이었으면 좋겠네요.(웃음)



VIBE IDOL-LIC 앨범커버, 배너 디자인 2019, 2020






MBC 아이덴티티 리뉴얼 작업(2018)_MBC 브랜드 디자인팀과 공동 제작










Q. 최근 음악이나 방송 콘텐츠와 관련된 그래픽작업이 인상 깊습니다. 그중에 특히 MBC의 리뉴얼된 아이덴티티 작업이 가장 생각나는데요. 작업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강진: MBC 그래픽 아이덴티티를 리뉴얼하기 위해서, MBC 브랜드 디자인 팀과 함께 협업했었습니다. 저희가 제안한 컨셉이나 그래픽 장치에 대해서 서로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진행했고요. 아무래도 경험이 없는 분야였기 때문에, 함께 협업하는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래픽이 송출될 때 각 가정집에 놓인 다양한 사양의 TV에 컬러가 어떻게 보일 것인가’라든지, ‘우리가 제안한 컨셉이 모션으로는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와 같은 것이었어요. 클라이언트와 정말 좋은 관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재하: MBC 브랜드 디자인 팀과 함께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 컨셉을 꺼내고,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 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 서로를 깊이 이해했다고 생각했어요. 송출 화면을 볼 때마다 제안한 그래픽 아이덴티티가 잘 운영되고 있어서 감동했습니다.

강진: 부모님께서 저희 작업을 TV를 통해 쉽게 접하실 수 있다는 점도 좋았던 것 같아요

서울독립영화제 오프코스 포스터(2018)




서울독립영화제 포스터(2016)




코가손 싱글 앨범 “Thinking of You” 커버 디자인(2017)


코가손 뮤직비디오(2016)


매거진 ‘슈퍼마켓’ 대만 타이중편




Q. 그 외에도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이재하:‘서울독립영화제’ 작업을 저희가 6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요. 같은 이름으로 매해 개최되는 행사이다 보니 회차마다 그래픽을 병렬해 보면 그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좋은 관계로 협업을 이어온 소중한 인연이기도 하고요.

강진: 밴드 ‘코가손’과 함께한 결과물을 소개하고 싶어요. 밴드 로고, 앨범 커버, 뮤직비디오 등등에 참여했고 최근 뮤직비디오에는 우정 출현도 했어요. 제 손만요.(웃음)

서정민: 저는 ‘슈퍼마켓’이요! ‘슈퍼마켓’은 ‘시장을 통해 살펴보는 도시 인류학’이라는 콘셉트로 하나의 도시를 그 도시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슈퍼마켓을 통해 해석하고 그 안에서 사람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여행 도서 시리즈물인데요. 저희와 오랫동안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케이스스터디’라는 팀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취재를 갈 때마다 저도 동행하면서 즐겁게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매일매일 넘기는 일력처럼



YCK 2015 전시 ‘Flag’(2015)


Q. 앞으로 그래픽디자이너로서 살아갈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강진: 더 좋은 일들을 멋있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어요. 그리고 그 결과로 돈을 더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과정들이 롱런하기 위한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재밌게 새로운 것들을 계속 만들어나가면서도, 스튜디오 운영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야 할 것이고요. 예전에는 새벽까지 일하던 방식이 일상적이었다면 이제는 그럴 수가 없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에 밸런스를 함께 맞춰나가야 하겠죠. 변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재하: 현실적인 조건을 이유로 작업과 삶에 대한 의욕이 좌절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갖춰나가고 싶어요.

서정민: 운 좋게도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주체적인 삶을 잘 이어왔던 것 같아요. 계속해서 변해가는 삶 속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균형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삶을 잘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구선아기자 schatzsa@sedaily.com, 김경원 인턴기자 2007h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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