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건강 문제로 7년8개월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국내 증권가에선 일본 정치 변동에 관심을 갖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28일 ‘애국테마주’로 꼽히는 모나미가 전 거래일보다 800원(12.40%) 오른 7,250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아베 총리 사임 관련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일본의 정치 사정과는 별개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주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조언한다. 비록 부각된 계기가 일본의 수출규제긴 했지만 현재는 ‘산업육성 정책’의 틀에서 소부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베 사임 이후에도 일본의 기존 정책 스탠스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日 총리 바뀌어도 수출규제 개선 쉽지 않다" |
증권가에선 집권여당인 자민당에서 차기 총리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가 관방장관 외에도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 방위상,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등 자민당 인사들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베 내각의 수출규제 조치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이시바 전 간사장을 제외하면 대체로 수출 규제 해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시바 시게루의 취임은 양국(한일) 관계 개선 측면에서 가장 긍정적 시나리오”라며 “반면 기시다 후미오의 취임은 다소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수출규제와 상관없이…‘소부장 국산화’는 장기 정책 테마 |
특히 전 세계적으로 자국 산업 육성 기조가 강해지면서 정부의 소부장 산업 육성책 규모 역시 커졌다는 데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비록 지난해 7~8월 일본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핵심 소재 수출 허가 절차를 강화한 것이 ‘소부장 테마’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현재는 정부의 거시적인 ‘밸류체인 국산화 프로젝트’에서 소부장주를 봐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23일 보고서에서 “결과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는 정부에게 국내 소부장 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트리거 포인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 대표적으로 거론하는 사례가 ‘소부장 2.0’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소부장 1.0)’을 처음으로 내세운 이후 지난 7월에는 이를 ‘소부장 2.0’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공급망 관리 대상 핵심 품목을 기존의 100개에서 338개 이상으로 늘린 것이 골자다. ‘소부장 1.0’이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대책이었다면, ‘소부장 2.0’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높아진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압력에 맞춰 국내 소재·부품·장비업종 제조 능력을 제고하겠다는 ‘공격적’ 프로젝트에 가깝다.
올해 들어 소부장 국산화 관련주의 주가 상승률은 대체로 코스피·코스닥 지수를 ‘오버퍼폼’하는 모습이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28일 24만5,500원에 마감하며 지난해 말에 비해 32.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7.1%), 코스닥(25.6%) 상승률보다 높다. 같은 기간 동진쎄미켐은 주가가 102.4% 올랐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세계적으로 국가중심주의가 중점 트렌드”라며 “소부장 육성정책 등 국내 산업 육성책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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