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용 D램(DDR4 32GB 기준) 고정거래 가격이 또다시 하락했다. 한국 경제가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지금까지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 경기마저 꺾이며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31일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8월 서버용 D램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4.5% 하락한 128.0달러를 기록했다. 서버용 D램 가격은 지난 7월 전월 대비 6.4% 떨어진 134.0달러를 기록한 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서버용 D램 재고 수치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수요 약세까지 지속되면서 7월부터 D램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판매가격 인하 추이가 계속될 경우 올 4·4분기 중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D램 재고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이르면 내년 1·4분기부터 가격 반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서버용 D램 가격 하락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메모리반도체 사업자들에 상당한 악재다. 삼성전자 등은 올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며 서버용 D램 생산을 늘려왔다. 전체 D램 매출에서 서버용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여 전만 하더라도 30% 내외였으나 최근 비대면 경제 활성화에 힘입어 모바일 D램 매출 비중을 뛰어넘는 40% 후반까지 치솟기도 했다. 서버용 D램 수요 확대의 기폭제가 될 인텔의 서버용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출시가 늦어지는 것 또한 D램 가격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매출 기준 전체 D램 시장의 10% 후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PC용 D램(DDR4 8Gb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전월과 같은 3.13달러를 기록했다. PC용 D램은 7월 5.4% 하락하며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8월 가격 방어에 성공했다. 다만 D램 현물가격이 31일 현재 2.58달러를 기록 중이라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D램 현물가격은 고정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PC용 D램 현물가격이 143일 만에 반등한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다.
8월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 가격은 전월 대비 0.9% 하락한 4.35달러를 기록했다. 7월(-6.2%)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서버에 주로 탑재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 호조 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가 발목을 잡았다. 현재 글로벌 낸드플래시 6개 사업자 중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만이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이익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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