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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코로나 시대, 자유를 생각하다

■신경립 문화레저부장

방역 이유 전방위적인 통제 속

소극적-적극적 자유 충돌 빚어

전 사회 구성원 건강한 삶 위해

개개인 섣부른 행동은 삼가야

신경립 부장




점심을 먹으러 텅 빈 식당에 들어가면 점원이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입하라며 노트를 내민다. 때로는 이름을 대조하겠다고 신분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오후 9시가 지나면 무조건 귀가다. 음식점은 장사를 하고 싶어도 문을 닫아야 한다. 주말에는 종일 ‘집콕’이다. 감염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갈 수 있는 곳도 별로 없다. 게다가 주말까지 종일 마스크를 쓰지 않으려면 있을 곳은 집뿐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입 다물고 발을 묶어둬야 하는 갑갑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아, 이제는 정말 자유로워지고 싶다.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밥을 먹고 싶다. 휴일에는 공연 관람도 하고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지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사소한 행동에까지 가해지는 제약이다. 벌써 수개월째 우리는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가고, 원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유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전에는 너무도 당연해서 있는 줄도 몰랐는데 막상 잃고 보니 그 ‘자유’라는 것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을 하게 된다. 자유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전적 의미로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권리, 또는 그러한 상태’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도, 인간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요소다. 물론 모든 개인이 무제한적인 자유를 누린다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그래서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주의 이론의 교과서로 불리는 ‘자유론’에서 자유 옹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누군가의 행동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위해를 가한다면 마땅히 자유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자유의 유일한 원칙은 남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원칙이 현실에서는 단순 명쾌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어떤 행동이 남에게 위해가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저마다 추구하는 자유의 개념 자체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에 절대적 가치를 두지만, 누구든 자신의 의지에 기반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의 자유가 중시되기도 한다.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이를 소극적(negative) 자유와 적극적(positive) 자유라는 개념으로 구분했다. 가령 과속 단속은 빠르게 차를 몰려는 운전자의 소극적 자유를 제한하지만, 도로 위의 모두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를 보장해준다.

두 개념이 서로 상충하다 보니 자유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방역을 이유로 전례 없는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코로나19 시대에는 말할 것도 없다. 자유주의 전통이 강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부의 마스크 강제와 격리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들끓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소동을 일으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일부 교회는 종교의 자유를 앞세워 대면 예배를 강행한다. 방역 수칙을 무시한 크고 작은 모임들도 끊이지를 않는다.

소극적 자유에만 집중한다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고 대면 예배를 비롯한 모임과 행동을 가로막는 정부 규제는 심각한 자유의 박탈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규제 없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다면 이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건강한 삶과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유를 더 크게 훼손하고 만다. 개인의 소극적 자유가 덜 소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진정의 기로에서 눈앞의 자유만을 추구하는 누군가의 섣부른 행동은 더 큰 재난과 더 혹독한 자유의 억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제 또 한 번의 주말이 찾아온다. 코로나19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워질 그 날을 위해 우리 모두 조금 더 견뎌보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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