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통계인 한국감정원의 전세 통계방식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논란이 되자 이를 사실상 철회했다. 통계 왜곡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한발 물러서 전세 통계를 보완하는 보조지표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이 매주 집계하는 주택동향 통계에 대해 보완 혹은 수정작업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현행 전세 통계는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가격 안정 효과를 정확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통계조사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한국감정원의 전세 통계는 세입자가 신청하는 확정일자를 기초로 산출된다. 이 때문에 기존 계약에 대한 연장 건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실제보다 전세가격 상승이 과다하게 집계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가 이 같은 통계 보완 방침을 밝히자 시장에서는 논란이 거셌다. 통계를 부분 변경하면 기존 통계와 시계열로 살펴보기 어려워지고, 수정 방향이 정부에 유리한 쪽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생기자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기존 통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보조지표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정책홍보 목적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결국 보조지표 생산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감정원의 주택동향 통계를 수정하는 어떠한 작업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은 보조지표 생산 대신 임대차 3법의 여파를 설명할 수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보조지표 생산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단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시장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는 보고서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돌출발언을 했다가 말을 바꾸는 등 혼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장관은 국회에서 “현재 대출규제에 활용하는 KB 부동산 시세를 대신해 한국감정원 시세를 쓸 수 있도록 정리하겠다”고 발언했다가 대출금 축소 등 실수요자들의 거센 반발이 생기자 일주일 뒤 “KB 시세를 계속 활용하고 통계 변경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와 여당이 정책에 유리한 방향으로 국가통계를 끌어다 쓰려고 하다 보니 왜곡 논란이 자꾸 발생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통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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